증권업계에서도 ‘아트 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에서 토큰증권(STO) 법안이 재발의 되면서 미술품 등 특정자산을 기초로 발행하고,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비교적 장기 투자가치가 큰 예술품 위주를 조각투자 대상으로 선점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련 인프라 구축은 물론, 미술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VIP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아트테크 정보 및 작가와의 소통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지난 19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STO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실물자산과 연계된 토큰증권을 발행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로, 증권성 있는 권리를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개정안은 STO를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인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정의한다. 조각투자사는 유·무형 자산을 유동화하고 증권사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전담한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창형 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으나 법안 심사 과정도 밟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증권업계는 여야 쟁점이 없는 법안인 만큼 이번엔 신속한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9월 미술품 콘텐츠 플랫폼 이젤에 이어 지난 9월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와 STO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예술품 조각투자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미술품 조각투자 상품 청약도 앞두고 있다. 하나증권은 하나은행과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내 공동사업자로 이름을 올린다. 금융권이 직접 투자계약증권 발행의 공동사업자로 나서는 건 국내에선 처음이다.
NH투자증권도 미술품 공동 플랫폼 아트투게더와 토큰증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트투게더의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작성을 지원하며 고객 예치금 관리를 위한 투자자 계좌 연동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SK증권이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 열매컴퍼니 MOU를 체결하고 STO 개발에 착수했다. 교보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일부 증권사는 자산관리(WM)센터에 문화 서비스를 접목했다. 미술품 투자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액자산가 및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월부터 매달 WM강남파이낸스센터 1층에서 VIP고객을 대상으로 아트테크 세미나 형식의 초대전을 열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금융과 IT, 부동산과 아트를 콜라보한 ‘마스터스 아카데미’ 과정으로 통합했다. 지난 13일 열린 강연은 최근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진행한 최영욱 작가가 나섰다.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초부유층 전담 골드앤와이즈써밋(GOLD&WISE SUMMIT)본부 우수 고객을 초청해 예술품 수집과 모의경매 등에 관련한 강연을 열어 아트 테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미술 작가 발굴 및 작품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립미술관과 손잡고 신진작가 예술기념품 제작 지원 프로젝트을 진행했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당시 전시 지원을 통해 협업을 시작한 양 기관은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자로 한지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권중모 작가를 선정한 바 있다. 올해는 관람객의 전시 관람을 지원하고 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11월 1일까지 ‘유진 아트체크인 시즌2’를 진행했으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협업해 챔피언스라운지금융센터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처 발굴과 투자은행 업무에서 강점을 보인 증권사들에게 아트 테크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며 “너무 늦지 않도록 STO 법제화가 마무리돼야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