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위 롯데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설에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 초·중순에 진행하던 정기 인사를 앞당겨 분위기 반전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오너가(家) 3∙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주요 계열사들은 빠르면 28일 이사회를 진행하고 2025년도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위기설로 핵심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다음 달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유포된 것이 화근이 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에서도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 등의 내용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풍문이 확산한 지난 18일 ‘사실무근’이며 루머 생성·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21일에는 총자산과 보유주식 가치, 부동산 가치 등 재무구조 현황을 공개하며 유동성 위기설을 재차 부인했다. 지난달 기준 그룹 총자산은 139조원이며, 부동산 및 가용예금만 71조4000억원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26일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재무특약 위반 이슈까지 더해져 우려의 시선은 걷히지 않고 있다.
위기설 이전부터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등은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해왔던 터라 예년보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수년간 정기 인사에서 젊은 리더십을 앞세우고 외부 전문가 영입을 지속해왔다.
특히 올 연말 재계 인사에서는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승진하면서 신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그룹 3세인 신유열 전무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LS그룹은 오너 3세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회장, 구동휘 LS MnM 최고경영자(CEO), 구본권 LS MnM 부사장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HD현대 인사에서는 범(凡)현대가 3세인 정기선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삼양홀딩스에서는 김윤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김건호 전략총괄 사장이 화학2그룹 부문장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신 전무도 최근 들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룹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 전무는 1986년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에서 환경정보학을 전공했다. 이후 2008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이 시기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20년 일본 롯데 주식회사의 영업본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전격 합류했다.
신 전무는 지난해 국내 롯데지주에서 신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성장실장을 맡으며 전무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 일원으로서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룹 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선 현장 경영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월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CES, 미국 전기차 충전기 조립·생산 법인 설립 기념식, 인터배터리 유럽,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착공식 등에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와 함께 타임빌라스 수원을 찾았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