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과거 탄핵 정국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앞서 두 번의 탄핵 정국을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다. 노 전 대통령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하자 2004년 2월 24일부터 탄핵안이 본격 논의됐다. 이날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 청구를 기각한 2004년 5월 1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1.11% 하락했다.
특히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04년 3월 12일과 탄핵 청구안이 헌재에서 기각된 날에는 코스피가 하루에만 각각 2.43%, 2.74%나 급락했다.
박 전 대통령 때는 오히려 코스피가 올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본격화된 2016년 10월 25일부터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한 2017년 3월 1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25% 상승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2016년 12월 8일 코스피는 1.9% 올랐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국제 정세가 더 큰 변수라고 내다봤다. 정치 프로세스와 경제 프로세스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주가·수급 영향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됐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도 특별하게 주가 반응이 도드라진 것도 아니었다”면서도 “정치 불확실성 해소·완화 전까진 증시 추세적 정상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주식시장의 정상화 과장은 국정혼란의 조기 진정·해소(질서있는 탄핵안의 확정)와 긴급 금융시장 유동성 지원책 및 추가 경기부양책 제시를 통해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투자자의 불안한 심리는 단기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기는 둔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던 국면을 고려했을 때도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단기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탄핵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탄핵 이슈가 있었을 때 증시가 정치적 리스크보다는 국내·외 경기 흐름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기 둔화 초기 국면이다. 악재에 시장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수출 둔화에 따라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단기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변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둔화로 증시의 가격 조정이 이미 진행된 상태다. 증시 추가 급락에 대한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정치적 불안이 미국 우선주의 내에서 외교 불안으로 이어지면 국내 수출 업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반등 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정치적인 불안이 향후 관세 인상, 중국 반도체 제재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단기적인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이 남아있다. 계엄 사태 조기 안정화에 따른 증시 반등 기대감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제시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