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기업 심리가 코로나 초기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달 초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정치적 혼란에 더해 트럼프 2기 출범 임박,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기업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 전망치는 84.6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다음 달 BSI 전망치 하락 폭은 이달(97.3) 대비 12.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20년 4월(-25.1포인트)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조사는 금융업을 제외한 업종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실시했다.
BSI는 2022년 4월(99.1)부터 2년 10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1975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업종별 1월 경기전망은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 모두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 BSI는 올해 3월 100.5를 기록하며 기준선 100을 넘어선 이후, 4월(98.4)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특히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84.2) ▲석유정제 및 화학(85.2)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85.3) ▲목재∙가구 및 종이(87.5) 업종은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달 긍정 전망(105.1)을 보였던 비제조업 BSI(84.9)는 전월 대비 20.2포인트 급감하며 한 달 만에 기준선 100을 크게 하회했다. 비제조업 중에선 ▲건설(68.2)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78.6) ▲정보통신(81.3) ▲도∙소매(83.3) 업종의 부정적 전망이 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주, 내수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살리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