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에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차기 회장 선임이 불투명했지만 현 회장 임기 종료를 4일 앞두고 추천이 완료됐다. 경제 관료 출신인 이 후보자는 농협금융에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자로 이 전 부원장을 추천했다. 이 후보자는 1966년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석준 현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완료되는 만큼 이후 신임 회장 취임까지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수행하게 된다.
임추위는 “인터뷰 결과 1순위 후보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대상으로서 즉시 선임이 제한돼 내년 1월 24일 취업 심사 승인이 처리되면 2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당시 은행장을 겸임한 초대 신충식 회장 이후 대부분 경제 관료 출신이 자리를 이어왔다. 2대 신동규, 3대 임종룡, 4대 김용환, 5대 김광수, 현 7대 이석준 회장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고 6대 손병환 회장만 내부 인사였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지주 회장을 기용해 왔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기존 구상을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 임추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진행해 농협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최종후보자를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내외 변화로 발표가 미뤄지면서 지난 27일 결과가 공개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내부통제 문제를 조속히 수습하고 지속가능하고 믿을 수 있는 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전형적인 경제 관료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 때 기재부 차관보로 경제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책통’으로 불렸다.
올해 농협금융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업계에선 차기 회장이 누가될지를 두고 주목했다. 실제 농협금융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3151억원을 올려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6차례 발생하면서 총 43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내년 중순에는 금감원의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은행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100억원대 배임사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이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경영 개입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신용·경제 사업 부문이 분리됐음에도 농협중앙회가 계속해서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인사·경영에 개입해 금융 경쟁력과 안정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원래 정기검사 결과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다음 달 중순으로 연기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