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총 160조 증발…증시 내 존재감도 ‘흔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삼성그룹 시가총액이 160조원 넘게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내려갔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250조원 이상 증발했는데 이 중 절반은 대장주인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그룹 종목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548조4413억원, 시총 비중은 27.57%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우선주를 포함한 22개 종목이며 지난해 말 709조692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약 161조2500억원(22.7%) 줄어들었다.

 

지난 2021년 1월 초 38%까지 올랐던 수치가 올해 하반기 들어 30% 아래로 내려오더니 최근에는 27%대까지 내려왔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같은기간 31.71% 빠진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 시총 감소액은 148조510억원으로 국내 증시 전체 감소액(253조932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도 집중돼 각각 10조3780억원, 3조93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47.66%), 삼성E&A(-42.68%), 호텔신라(-42.58%), 삼성SDS(-23.94%) 등을 포함한 14개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반면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45.44%), 삼성화재(40.68%), 삼성카드(26.58%) 등은 밸류업 기대감에 올랐다. 또한 조선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중공업(49.37%)도 상승했고,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랐지만 삼성전자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을 주 테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부진하고 있다. ‘KODEX 삼성그룹밸류’는 올해 들어 14.15% 내렸다.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ACE 삼성그룹동일가중도 각각 13.12%, 3.86%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그룹의 존재감은 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이 필수인데, 내년에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실제 이달 들어 NH투자증권(9만→7만5000원), KB증권(8만→7만원), DB금융투자(9만→7만9000원), iM증권(7만2000→7만1000원) 등 다수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우려 등으로 범용 제품 수요는 내년 상반기까지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분석했고,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역시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범용 메모리 사이클 둔화에 따른 실적 개선 지연으로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국내 고유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개선보다는 악화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가 환율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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