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30일 제주항공 등 항공주와 여행주의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냈다. 비상계엄으로 외국 여행객들의 방문이 취소 및 연기되는 등 관광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제주항공 사고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당분간 항공주와 여행주의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제주항공 주가는 전일 대비 8.65% 하락한 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14.01% 하락한 7060원에 장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장 개시와 함께 급락세를 이어갔다.
주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제주항공 종목이 실시간 조회 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항공기가 무안공항 참사 하루 만에 이륙 직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에서 이상이 발견된 영향도 악재로 작용했다.
제주항공 지분 50.3%를 보유한 AK홀딩스와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주가도 급락세다. AK홀딩스는 전일대비12.12% 하락한 96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전일 대비 7.42% 하락 시작한 애경산업은 1만322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는 이미 지난 3일 비상계엄으로 주저앉은 항공사 주가가 이번 사태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주요 항공주인 대한항공(-3.00%), 진에어(-2.83%), 티웨이항공(-3.23%) 등이 하락 마감했다.
여행주도 비슷한 상황으로 참좋은여행(-5.59)%과 하나투어(-2.16%), 모두투어(-0.72%)도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는 외국인 관광 활성화 취지로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위축된 관광 수요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여행사 주가에도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이와 더불어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진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환율은 1472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7.5원 오른 1475원에 개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환율은 아웃바운드 여행 수요를 위축시킨다”며 “평균적으로 환율이 높았던 시기의 출국자 수는 과거 대비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국내 정세 및 경기와 맞물려 항공여객 수요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항공업종 투자판단에서 단기 이익 전망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