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이 새해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만큼을 대출물량을 줄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시한 관리 목표치를 넘은 것에 대해 새해 대출 물량을 깎는 ‘페널티’를 처음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새해 ‘대출 관리(증가) 목표 한도’를 설정할 때 지난해 목표치 초과분만큼을 줄이기로 했다. 전년도 가계대출 목표치를 이행하지 못한 은행을 대상으로 그만큼 새해 대출 공급을 축소하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해 페널티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2000억원 정도로 잡아 초과분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약 42조원 불어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399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말(692조4094억원)보다 41조9901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1조원대 상승에 그쳤다. 수도권 등 주택 거래 증가세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10월(1조1141억원), 11월(1조2575억원), 12월(1조608억원)까지 석 달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새해가 되면서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이 적용된 은행들은 지난해 높인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한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취급 제한을 없애고, 생활안정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인다. NH농협은행도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또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재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추가 금리 인하 등이 예상되면서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 효과 등이 일정 기간 이후에 반영되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해 언제라도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융당국은 곧 전세자금 대출 보증비율 하향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예고 등을 담은 새해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수도권 주택 거래 둔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지속 등으로 증가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했다”며 “대기업 성장 지속 및 중소기업 성장 둔화, 금리 인하를 예상한 선제적 대출 성장, 주담대 수요 증가 및 규제에 따른 선수요 등으로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