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생존전략] [짠테커의 하루] ‘따릉이’ 타고 ‘알뜰폰’ 쓰며 ‘무한리필’ 모임… 헌혈 후 영화도

 30대 후반 직장인 박 모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박짠국’으로 불린다.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의 근육질 몸매를 닮은 건 아니고 ‘김짠국’이란 별명이 붙은 그의 알뜰함을 쏙 빼닮았다는 것이다. 2일 만난 박 씨는 “지방서 살다가 대학 진학 덕분에 상경해 20대 시절 아끼며 살던 것이 습관처럼 몸에 뱄다”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유용한 삶의 방식 아닌가. 경제권을 뺏긴(?) 유부남 친구들은 팁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 없는 짠돌이’는 아니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아껴서 써야 할 때 제대로 쓰는 ‘현명한 짠테커’라는 그의 평범한 하루를 소개한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타고 출근 시작

 

 최근 중고거래로 장만한 외투를 걸친 그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가 모인 반납∙대여 정류소에서 멈춰 선다. 그는 2년째 따릉이 ‘365일 정기권’을 사용 중이다. 1시간 이용권을 기준으로 일일권이 1000원이고 1년 정기권이 3만원으로, 1년에 30일 이상 탄다면 정기권이 이득이다.

 

서울의 한 따릉이 대여·반납소의 모습. 박재림 기자

 

 직장까지 거리가 20㎞ 이상이라 따릉이로만 출근을 할 순 없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10분 정도를 탄다. 출근시간대는 길이 막혀서 마을버스보다 자전거가 훨씬 빠르단다. 출근 때가 아니어도 평소 지하철 1~2정거장 정도 거리는 따릉이를 탄다. 교통비를 아끼고 운동도 하고 환경도 살리는 1석 3조의 일이다. 서울 외에도 광주(타랑께), 대전(타슈), 창원(누비자) 등 지자체에서 공용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확대 범위 늘어나는 ‘기후동행카드’

 

 지난해 1월 시범 운영에 이어 7월 본격적으로 도입된 ‘기후동행카드’가 서울시민들에게 인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월 5~6만원대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물론, 추가 선택 시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그러나 박 씨는 그동안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업무상 성남, 과천, 고양 등 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이동할 때가 많은데 기후동행카드가 처음 운영될 때만 해도 해당 지역은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별도 요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액정으로 보이는 모바일 기후동행카드. 박재림 기자

 

그래도 이후 김포, 과천, 고양, 구리 등 수도권 9개 지역으로 적용 도시가 확대됐고 올해도 의정부 등 도시가 추가된다는 뉴스에 생각이 바뀌고 있다. 그는 따릉이 정기권 기한이 끝나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알뜰폰’ 요금제로 부담 ↓

 

 출근 후 업무 중인 박 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휴대전화 통신료 청구서로, 청구액은 3만3940원이 찍혔다. 고가의 요금제와 비교하면 5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 그는 3년 전부터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는 없지만 와이파이를 잘 활용하면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단다.

 

 대신 그의 말처럼 와이파이가 중요하다. 집과 회사는 기본이고 식당과 카페를 가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다.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과 공원 등 공공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장소에 있을 때도 모바일 데이터를 꺼둔다.

 

 ◆구내식당서 점심, 후식은 편의점 ‘1+1’

 

 점심은 인근 대형회사 건물의 지하 구내식당에서 한다. 일반 음식점과 비교해 저렴한 8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음식 자체보다는 같이 먹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일치하는 동료들과 이곳 구내식당을 찾은 지 반년째라고 한다. 반찬의 수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가 나오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전날 과음했는데 때마침 북엇국이 나오면 어쩐지 횡재를 한 기분이라고.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보기도 했으나 재룟값도 비싸고 귀찮음 대비 가성비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후식은 편의점에서 1+1 혹은 2+1 이벤트 상품으로 즐긴다.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땐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한다.

 

 ◆무한리필 고깃집서 모임... ‘걷기 어플’로 포인트 획득

 

한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담고 있다. 박재림 기자

 

 퇴근 후 모임을 가질 땐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는다. 자주 방문하는 매장은 닭갈비와 치킨, 닭곰탕 등 다양한 닭요리를 인당 1만8000원에 두 시간 동안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다. 거기에 7000원씩 더하면 생맥주와 소주도 무한으로 즐길 수 있다.

 

 헤어짐이 아쉬워 2차를 갈 때면 지난해부터 번화가에 많이 문을 연, 가성비 뛰어난 일본식 이자카야 ‘OO차’나 익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체인점을 연 호프집 ‘역전OO’를 향한다. ‘OO차’의 경우 생맥주 한 잔에 1900원, 닭날개 하나에 900원인 가게라 부담이 없다. 아무리 늦더라도 대중교통 막차 시간 전에는 파한다. 할증이 붙으면 택시비가 술값만큼 나오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휴대전화의 ‘걷기 어플’을 확인하니 6000보가 넘게 쌓였다. 이를 눌러서 포인트화한다. 모아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주말엔 헌혈 후 영화... 스포츠 관람도 할인혜택

 

 문화생활도 놓칠 수 없다. 대학 시절부터 헌혈해온 박 씨는 올해만 19차례 헌혈을 했다. 한 번 하면 최소 2개월은 쉬어야 하는 전혈 대신 2주마다 가능한 성분 헌혈을 한다.

 

대학 시절 헌혈 후 영화표를 받았지만 취직 후에는 기부권을 택하고 있다.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더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헌혈처에 따라 문화상품권 등 추가 기념품을 받을 수도 있고 헌혈카드에 스탬프를 채우면 영화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서울의 한 헌혈센터에 헌혈 시 혜택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박재림 기자

 

 또한 축구광인 박 씨는 2년 전부터 유명 은행의 ‘축덕카드’를 쓰는데 해당 카드가 있으면 월 2회 프로축구(K리그) 관람티켓을 3000원(체크카드) 혹은 5000원(신용카드)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 밖에 쇼핑을 할 때면 1000~5000원대 가성비 매장으로 유명한 생활용품매장을 이용하고, 반려동물용품을 구매할 때는 펫페어에 방문해 특가로 산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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