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이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고환율·고물가 시대에 외형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경영 방향을 밝혔다.
2일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하며 올 한해 경영 방향을 알렸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신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진 회장은 “올해는 보다 실질적인 내부통제 체계가 구동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히 살피고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면서 “고객 경험 관리를 더 고도화하고 금융 수요자 중심의 솔루션과 그룹사 시너지 발굴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5년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一流)신한 후마니타스(Humanitas·인간성), 코뮤니타스(Communitas·공동체성)’를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요소들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양 회장은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와 함께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라면서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을 잘 이겨낸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KB를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주주와 고객의 가치 제고에 최우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효율과 혁신’을 통해 KB의 체력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군살 없는 탄탄한 KB를 만들기 위해서는 낭비 없는 효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에 효율적으로 자본이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그룹의 경영 방침을 ‘사자와 가젤’로 비유하며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지금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게 뛰고 있느냐”면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나가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함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 해결책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부족한 손님 기반을 늘리고 철저한 위험 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올 한해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신뢰 회복을 위한 절실한 노력만큼이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뢰받는 우리금융 내부통제 혁신·핵심경쟁력 강화·그룹 도약기반 확보’ 등 3가지 경영목표를 수립했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혁신안을 철저히 마련하고 신속히 이행하며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영업과 업무 과정에 원활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실천 의지로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겠다. 기업문화가 단기간엔 바뀌지 않는 것을 알고 있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중단없이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도 변치 않고 강하게 자라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뜻하는 사자성어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인용하며 “이루려는 목표에 대한 끈기를 가져달라”고 임직원에 당부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