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피·공급부족 여파... 서울 빌라·오피스텔 월세 상승세 지속

서울 내 빌라와 오피스텔 월세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를 꺼리는 경향이 생겼고, 비(非)아파트 공급 물량마저 줄어든 여파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앞에 오피스텔 매물 가격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빌라∙오피스텔 월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비(非)아파트 공급 물량마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분간은 서울 빌라∙오피스텔 월세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4.87로 2023년 2월(100.84)부터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1.58로 같은 해 1월(100.9)부터 11개월째 오름세다. 월세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1.58% 상승했다. 반면 이 기간 오피스텔 전셋값은 0.2% 떨어졌다. 

 

 비아파트 월세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세 사기 이후 나타난 ‘전세의 월세화’ 현상 심화가 꼽힌다.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비아파트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월세 거래는 6만6194건으로 전세 5만7604건보다 14.9% 많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월세(6만125건) 거래는 10.1% 늘어난 반면, 전세(6만6408건) 거래는 13.3% 줄어들었다.

 

 비아파트 공급 부족도 한몫한다. 지난해 1∼11월 전국 비아파트 입주 물량(준공)은 3만8138가구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입주가 36만577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0%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 기간 비아파트 인허가도 3만358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6% 줄었고, 착공 역시 3만1223가구로 21.6% 감소했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신축 비아파트에 대해 주택 수 제외, 청약 무주택 간주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수도권 소재 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1억원(수도권 1억6000만원) 이하인 주택을 소형·저가주택으로 인정해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해왔다. 앞으로는 비아파트 기준을 85㎡ 이하 공시가격이 지방 3억원, 수도권 5억원 이하인 주택도 무주택자로 본다. 빌라 공시가격은 통상 시세의 6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원, 지방에서 5억원 상당의 빌라 한 채를 보유해도 아파트 청약에서 무주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전월세가 매매로 전환되기에는 시장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임대로 머무는 수요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월세 상승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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