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새해에는 기업대출 확대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은행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우량 기업 대출 영업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금융소외 계층의 상생 지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잔액(개인사업자 대출 제외)은 715조4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661조8424억원)보다 53조2072억원이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영업 강화 전략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관련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에 나섰고, 올해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 확보 차원에서 은행은 기업대출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영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나아가 은행장 대부분이 ‘영업통’이라는 점도 올해 기업대출 영업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금융소외 계층 대상의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상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 통한 중소기업 금융 지원과 컨설팅 등 기업 고충 상담 지원을 실시하고 보증부대출 신규 지원을 실시한다. 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상공인 지원 대출 등 금융 지원도 지속해 시행한다.
우리은행은 대기업의 경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전략기술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우량 대기업 및 1·2차 협력사들까지 포함해 안정적으로 금융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BIZ프라임센터 등 특화채널 확대로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및 융자 지원을 확대한다. 또 공급망금융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덜어줄 비대면 대출과 맞춤형 수신 상품을 출시하고, 특별 자금으로 지역 경제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중견·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지식산업, 정보통신 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 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나아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협약보증’을 통해 최대 2억원 우대 대출을 지원하고, 경영·법률·창업 관련 컨설팅을 제공해 경영 부담을 완화한다.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더불어 취약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고, 핵심전략산업 육성을 지원하고자 올해 1050억원의 특별출연을 조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우량자산 중심의 기업대출 성장을 추진하고, 정부 프로그램과 연계해 취약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역 소상공인의 지원을 늘리고, 금융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통해 내실있는 기업대출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환율 상승, 내수 시장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 강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우량 기업대출 확대 전략을 펼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 지원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