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증시는 글로벌 강세장에서 큰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21개국(G20 및 대만) 중 20위권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새해가 되었지만 개선될 기미는커녕 뚜렷하게 나빠진 경제, 성장 지표가 증시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반기에 정치 리스크 등 악재가 해소되고, 하반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정책이 자리 잡은 이후 실적 회복을 보이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7일 주요 증권사 12곳의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는 2250~3200으로 넓게 집계됐다. 예상 밴드가 가장 높은 곳은 SK증권으로 2416~3206을 전망했다. 상·하단 모두 가장 낮게 제시한 곳은 iM증권으로 2250~2750으로 내다봤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은 상반기를 지나며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후에는 신정부의 기대감과 재정지출 확대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업 경쟁력 약화는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중국의 철강, 디스플레이, 2차전지,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이어 이제는 디램 메모리반도체마저 중국의 자체 조달이 어느 정도 달성되는 모습이고, 대외적 리스크는 아직 증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꼽았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디레이팅(평가절차) 되는 것이 아니라면 2400 수준에서는 저가매수 시작 의견을, 저점은 2250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2380~3000으로 제시하면서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중기 저점, 11월 단기 저점에서 시작된 상승세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견고한 미국 경기 모멘텀에 중국, 유럽의 경기부양 드라이브, 금리 인하 사이클 등이 유동성 모멘텀을 동반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 증시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12월 30일 기준 연간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9.6% 하락하며 2399.44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963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3조원(7.7%) 감소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의 시총이 크게 줄었다.
코스피보다 낙폭이 컸던 코스닥은 전년 말 대비 21.7% 하락한 678.19로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일반서비스 및 제약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지만, 섬유·의류,전기·전자, 금융 등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시총은 지난해 말 340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92조원(21.2%)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의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연초에는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다. 증시 첫 개장날인 지난 2일을 제외하고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한 달 가까이 2400선에서 맴돌았다가 이날 25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정치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이미 1% 후반으로 낮춰진 상태고 기업들의 실적 또한 하락세가 예상돼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성장 모멘텀이 큰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곤두박질치고 있는 내수 부진이 약화된 증시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또한 고환율로 변동성 위험이 커졌고, 코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관세 인상 공포는 한층 짙어지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주식전략파트장은 “코스피 약세 원인은 세 가지로 관세 위험, 중국 밀어내기 수출, 국내 반도체 부진"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1분기 중 관세, 중국 정책, 국내 정치 리스크 해소 과정이 통과한 이후 기존 채널로 복귀할 수 있다"며 “좁은 박스권 통과 과정 이후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 밴드는 2300~2850, 1분기는 2300~2600을 제시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