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중견사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감이 건설업계를 휘감고 있다.
최근 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를 보유한 신동아건설이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은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시공능력평가 58위(2024년 기준)의 중견 건설사다.
신동아건설은 경남 진주의 신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의정부역 초고층 주상복합 등 책임 준공을 맡은 일부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실패, 공사비 미수금 증가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신동아건설은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앞서 신동아건설은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중견 건설사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때 불거진 건설사 ‘도미노 부실’ 우려가 재점화한 것이다.
건설사 유동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미분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에 이른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1만8644가구로 전월(1만8307가구)보다 1.8%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은 중소∙중견 건설사 시공 아파트가 많은 지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전월(1만4464가구) 대비 2.3% 늘었다. 지방에선 악성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화하는 중이다.
미분양은 건설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 특히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견사들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적체와 사업성 개선이 쉽지 않은 지방 PF사업장을 둔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폐업과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공공 공사비 현실화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당장 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계속 상승하는데 주택분양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미분양 탓에 공사금 회수가 늦어지고 유동성 악화로 차입금을 끌어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