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CES 기조연설 무대에 오르는 슈퍼스타를 보기 위해 1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자로 나서 혁신 제품을 대거 소개했다.
황 CEO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짝이는 가죽 재킷을 자랑하며 등장하자 1만여명의 청중들은 크게 환호했다. 이날 현장에는 황 CEO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행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혁신과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물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Cosmos)’를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최첨단 생성형 월드파운데이션모델(WFM), 고급 토크나이저, 가드레일, 가속화된 비디오 처리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된 플랫폼으로 자율주행차량(AV), 로봇과 같은 물리 AI 시스템의 개발을 촉진한다.
황 CEO는 “로보틱스를 위한 챗GPT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거대언어모델(LLM)과 마찬가지로 WFM은 로봇과 AV 개발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모든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리소스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는 물리 AI를 대중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일반 로보틱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코스모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2000만시간 분량의 영상을 단 14일 만에 처리해 중앙처리장치(CPU)만 사용하는 경우 3년 이상 걸리는 작업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토크나이저는 기존보다 처리 속도가 12배 더 빠르다. 황 CEO는 애자일로봇∙피규어 AI 등 로봇 기업과 자동차 기업 샤오펑,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이 플랫폼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엔비디아의 고객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황 CEO는 도요타가 자사의 칩과 자동차 운영 체제를 사용해 일부 모델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개인용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도 공개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이 슈퍼컴퓨터는 엔비디아의 최신 CPU ‘그레이스’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결합한 GB10을 기반으로 한다. 프로젝트 디지트는 5월 3000달러에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 리더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기 위해 새로운 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도 공개했다. 지포스는 데스크톱·노트북 등 PC에 들어가는 GPU다. 지포스 RTX50 시리즈에는 마이크론의 GDDR7제품이 탑재된다. 기존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탑재될 것으로 기대됐다. 황 CEO는 RTX 5070은 이전 제품군의 최상위 모델인 ‘RTX 4090’보다 더 나은 성능을 겸비했지만, 가격은 약 3분의 1 수준인 549달러에 출시된다고 밝혔다.
황 CEO가 CES 기조 연설자로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으로, 그의 위상은 이전과 확 달라졌다. 2017년 1월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50억 달러(80조9000억원)였지만, 현재는 4조 달러(5600조원)를 바라보는 전 세계 시총 2위 기업의 수장이다.
한편 황 CEO는 CES 개막 당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질의응답(Q&A) 세션을 가질 예정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