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블랙홀에 빠진 韓 산업] 中의 쾌속 항해... K-조선, 위기 속 돌파구 모색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HD현대 제공

 최근 국내 조선소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초호황기)‘로 일감이 넘쳐서다. K-조선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며 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며 2024년 역대급 호실적을 예약했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2024년 합산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이 반갑긴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 1위 중국 조선업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서다. 과거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 조선업은 무서운 성장세로 글로벌 조선업 최강자가 됐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조선 굴기’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저가공세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 수주량의 17%인 1098만CGT(표준선 환산톤수∙250척)를 수주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진 건 2016년(15.6%) 이후 처음이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4645만CGT(1711척)를 수주해 전 세계 수주량의 71%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수주량은 58%포인트, 점유율은 11%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한중 간 점유율 격차는 2023년 40%포인트에서 지난해 54%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 집중했다고 하지만 수주량이 초호황기에도 중국에 크게 밀리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산업기술수준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이 2023년 기준으로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20년 조사때부터 줄곧 1위였지만 2023년 중국에 역전당했다.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환경 탄소저감 기술과 자율운항기술 등 차세대 기술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중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정책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와 12개 금융기관은 지난해 6월 총 107억5000만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10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친환경∙디지털∙스마트 3대 분야에서 100대 코어기술을 개발, 2040년 세계 최고 조선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스티븐 쾰러(가운데)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및 국방 정책이 한국 조선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박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MRO 시장은 전 세계 함정 MRO 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함정 MR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 의회를 찾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8일 워싱턴DC 인근 로널드레이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드 영(공화∙인디애나) 상원의원과 같이 최근 조선업 강화 법안을 발의한 분과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기로 돼 있다”며 “이번에 주목받는 한미 조선업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 조선업 재건과 관련, “선박 건조에 동맹국들 또한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며 협력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안 장관은 새 행정부 출범 전에는 트럼프 측과 직접 접촉이 어려운 만큼 공화당과 관련 싱크탱크를 찾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미 의회에선 우리 기업과 연관된 공화당 의원들 중심으로 7명의 상하원 의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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