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사업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면서 “(기존엔) 상대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나가면서 역전됐는데 ‘헤드 투 헤드(Head-to-Head)’로 서로 개발속도를 빨리 하는 걸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5 SK 전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CEO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엔비디아가) 그냥 AI 컴퍼니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컴퓨팅을 잘 이해해 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서 만드는 회사라는 게 황 CEO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SK의 AI 사업 비전도 밝혔다. 그는 3년 연속 CES를 찾은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전부 AI화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걸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됐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데이터 센터 사업 추진의 비전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AI 반도체를 하고 있지만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AI데이터 센터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며 AI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AI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AI산업 발전을 위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걸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남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되면 안된다”면서 “제조업 관련 AI 라든지 로봇 관련한 AI라든지 특정 지역을 삼아 전략화 하든지 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특화 없이 전반적인 성장을 추구하면 일개 기업이나 조직 단위 규모와 실력으로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끝으로 최 회장은 AI 인프라와 사람을 강조하면서 “교육을 통해 얼마나 많은 AI를 상시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지, AI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이 AI를 가지고 실험해 결과가 나오는 기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