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집계 결과, 371억1000만 달러를 수주하여, 누적 수주금액 1조 달러(1조 9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9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254개 해외건설 기업이 101개국에서 605건(371억1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은 정부가 목표치로 잡은 400억달러에는 미달했으나 2015년(461억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다. 전년보다는 11.4% 늘었다.
연간 수주액은 2020년(351억3000만달러)부터 5년 연속 3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동 수주가 184억9000만달러(49.8%)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중동에 이어 아시아(19.2%), 유럽(13.6%)에서의 수주 비중이 높았다.
유럽 수주액은 1년 새 140% 증가했다. 유럽 국가의 친환경·신산업 분야 투자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수주를 적극 추진해 이뤄낸 결과라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향후 유럽·북미 인프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선진시장 수주 실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주가 119억달러(32.1%)로 가장 많았으며 카타르(47억5천만달러·12.8%), 미국(37억4천만달러·10.1%) 순이다.
공사 종류별로 보면 산업설비 공사가 전체 수주액의 65.5%, 건축이 14.1%, 용역은 10.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특히 투자개발사업 수주(51억7천만달러)가 2023년 14억6000만달러에서 1년 새 3.5배로 늘어나 주목된다. 이로써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수주액의 13.9%를 차지했다. 투자개발사업은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투자개발사업 수주 비중이 10%대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주 수주액 1조달러 돌파는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건설이 세 번째다. 그간 해외건설 수주액을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7.7%로 가장 많았다. 아랍에미리트(8.4%), 쿠웨이트(4.9%)까지 더하면 중동 3개국이 31%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 다음으로는 싱가포르(4.8%)와 베트남(4.8%) 수주액이 많았다.
최근 3년(2022∼2024년) 기준으로는 사우디(24.5%), 미국(16.9%), 카타르(6.4%), 인도네시아(4.8%), 헝가리(3.6%) 순으로 수주액이 많아 수주국이 북미·유럽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기업별로는 해외건설의 전통적 강자인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이 14.5%를 차지했다. 삼성물산(9.2%), 삼성E&A(9.0%),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이 뒤를 이었다.
단일 기준 역대 최대 해외 공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따낸 첫 해외 원전 사업으로, 총공사비가 191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의 경상수지(상품수지+서비스수지(건설수지 포함)+소득수지+경상이전수지)에서 건설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13%로, 세계 20대 경상수지 대국 중 가장 높다. 해외건설이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한 바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도 0.25%로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우리 기업이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이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와 K-철도 수출, 투자개발사업을 통한 해외건설 2조 달러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