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만 찾으니…” 20대 취업 어려워지며 생애소득도 하락

기업체의 경력직 선호로 20대 청년층의 상용직 취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대기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뉴시스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신입을 뽑는 곳은 많지 않네요….”

 

 경북에 거주하는 박모 씨(27)는 지난해 대학 졸업 이후 1년 가까이 구직 중인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그는 “관련 직장은 물론 다른 업종의 일자리도 보고 있지만 비경력직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 경력을 쌓고 오라는데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란 소리냐”며 허탈해 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고용’ 보고서에도 이 같은 20대 청년들의 고난이 확인됐다. 비경력자의 상용직 취업 확률(월 1.4%)은 경력자(2.7%)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경력직 채용이 따로 없고 경력자와 비경력자가 동등한 취업 기회를 갖는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20대 상용직 고용율은 44%지만 실제 고용률은 34%로 10%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을 특별히 정하지 않았거나 1년 이상인 근로자를 뜻하는 것으로 일용직의 반대 개념이다.

 

여기에 30대 상용직은 54%와 51%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 20대와 30대 간 상용직 고용률 격차가 2010년 8.8%포인트에서 2023년 19.1%포인트로 2배 이상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취업시장에서 20대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도 신입 채용 비중은 2009년 82%에서 2021년 62%까지 하락했다.

 

 이렇듯 20대의 상용직 취업이 어려워지며 사회 초년생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생애 총 취업기간은 21.7년에서 19.7년으로 줄고,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을 연 5%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도 3억9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했다는 것이 이번 한국은행 보고서의 분석이다.

 

 험난한 취업 환경에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청년층(15~29세) 인구 중 뚜렷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4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2.3% 증가한 수준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비경력자 구직 노력이 30% 낮아지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더니 20대 청년의 고용율(5.4%포인트), 생애 총 취업기간(1.6년), 생애소득 현재 가치(10.4%) 모두 추가적으로 감소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은행 조사국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은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산학협력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 등을 예로 들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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