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무컨설팅시장, 이정도면 복마전이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세무와 관련해서 밥을 먹고사는 사람은 정말 많고 점차 그 범주는 더 넓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세무전문가인 회계사와 세무사 및 조세소송관련 변호사 외에도 경영 컨설턴트, 보험전문가, 유튜버 등도 세무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세금이라는 것이 법인이나 개인이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법인이나 개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사실 세금에 대해서 누구라도 한마디씩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법인이 합병을 하거나 분할을 하게 되면 합병이나 분할을 상세히 모르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 하에서는 “과세문제 있지 않을까? 혹은 과세문제 없던데?”라고 한마디씩 거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의 무게를 한번 느껴본 이들은 손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세금 문제다. 인공지능이 등장해 과거의 경험을 손쉽게 뛰어넘는 시대가 오고는 있지만, 현재까지의 전문가는 수없이 많은 고민과 번민의 밤을 세며 담금질 되며 탄생해왔다. 그리고 그 담금질의 강도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실수와 탈모, 불면증 그리고 자기비하에 시달릴 정도의 책임감과 비례한다. 그러므로 고객의 간단한 질문에도 본인의 담금질 정도에 따라 더 많은 위험을 감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전문성의 근본이 된다. 

 

 최근 세무컨설팅 시장을 살펴보면 세법을 매우 기계적으로 해석해 조문상 산식에 부합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일을 수행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면 비특수관계자인 차명주주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을 매입하는 부분을 들 수 있다. 상증세법을 살펴보면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거래하면서도 추가적인 증여세 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거래가액을 기계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생각보다 많은 세무 컨설팅 업체들이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들고 다닌다.

 

 하지만 시가보다 많이 낮은 자산을 가족이 아닌 자에게 매우 낮은 가액으로 거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고, 이는 세무당국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과거 과세사례를 살펴보면 저가로 양수도한 부분에 대해 과세당국이 조사를 통해 차명주식임을 확인해 상증세법상 고저가 양수도에 따른 이익증여 조문이 아닌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문을 적용해 과세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과세사례는 과세당국이 항상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 언제나 다른 조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세법적용의 피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상당히 많은데 어떠한 건 세무전문가마저도 진리인양 받아들이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미신으로 모든 법인사업자는 이익잉여금을 빨리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이면 주식가치가 높아져서 향후에 상속이나 증여 시 세부담이 높아지므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잉여금을 없애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상속이나 증여를 고민한다는 것은 가업을 승계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극단적으로 상속 시 주식가치가 60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없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잉여금을 없애는 거래를 종용받는다면 그러한 거래로 과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가업을 승계하지 않는다면 매각을 고려해봐야 하는데, 이익잉여금이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 어느 쪽이 매각액이 높을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고민을 해보고나서 내가 운영하는 법인이 만약 승계도 못하고 매각도 안되는 경우라면 이제는 잉여금을 없애는 방법을 천천히 고민해봐도 좋다.

 

 최근 세무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업자들을 때로는 공포에 질리게 하고, 때로는 욕망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사업자들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당장 어떠한 일이나 거래를 하지 않으면, 세무상 큰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 “주장하는 일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 말이 합리적인 주장인가?”

 

 

<최정욱 KB국민은행 SME추진부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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