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광장] ‘소멸위기’ 지방 소도시, 펫산업이 희망되길

 

 

지난 설 연휴 고향을 찾았더니 ‘낯선 친척’이 있었다. 사촌동생의 품에 안긴 강아지 ‘콩이’였다. 낯선 장소에서 불안해하는 콩이와 달리 또 다른 사촌동생네 반려견 ‘청이’는 6년째 방문한 큰집이 익숙한 듯, 어르신들 표현을 빌리자면 ‘발발거리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사촌오빠가 ‘고양이 집사’라는 걸 아는 동생들과 반려생활의 애로(?)를 공유하며 반려동물인구 증가를 통계자료가 아닌 몸으로 실감했다.

 

연휴 동안 인근 소도시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의성펫월드’도 방문했다.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너른 부지에 캠핑장, 놀이터, 쉼터 등이 마련돼 있었다. 주변으로 펼쳐진 논밭 사이의 작은 정자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은 “강아지들이랑 놀러왔나. 동네에 젊은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니 참 좋다”며 웃으셨다.

 

최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의성군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4만8690명이다. 그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7.48%인데 이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 지수 1위 지역으로, 이대로면 사람이 없어서 사라지는 최초의 지역이 될 위기다.

 

이러한 도시에 자리 잡은 의성펫월드의 지난해 방문객은 1만2394명(반려견 7315마리)으로, 군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2022년에는 1만7555명(반려견 1만119마리)이 모이기도 했다. 경북에서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덕에 도민은 물론 대구광역시 반려인들도 정기적으로 찾는 장소가 됐다.

 

의성펫월드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려가족들. 의성펫월드 제공

 

이처럼 반려동물산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지방 소도시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인구 6만명의 충남 태안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꽃지 해수욕장 해넘이 투어’ 같은 지역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해넘이 투어가 모집 하루 만에 매진되는 등 ‘반려동물의 힘’을 확인한 군은 최근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도 밝혔다.

 

약 4만8000명 인구의 강원 고성군도 지난해 반려동물 동반여행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군 역사상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해수욕장(반비치)을 운영했고, 지역에 기반을 둔 펫푸드 업체 ‘동해형씨’ 등과 손잡고 반려동물문화예술축제를 개최했다. 고성은 태안처럼 향후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선정을 기대하고 있다.

 

침체된 폐광지역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으려 ‘반려동물 찬스’를 쓴 강원 삼척시(인구 6만173명)의 행보도 인상적이다. 인접한 태백시와 더불어 과거 석탄산업의 요지였던 도계읍에 반려동물 테마공원이 들어서게 된다. 시민 공모를 통해 이달초 명칭(도계 펫패밀리 파크)을 확정했고 계획대로면 2027년 캠핑장, 산책로, 운동장, 수영장 등이 마련된 펫파크가 완성된다.

 

지역민도 대환영이다. 반려견 ‘밤비’ 보호자는 “삼척에 살지만 강아지와 같이 갈 곳이 없어서 홍천 등 다른 지역까지 가야만 했다. 앞으로는 타 지역 반려인도 삼척을 자주 찾지 않을까”라며 “특히 도계는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로, 폐광지역의 정 많은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찾아오는 반려가족을 따듯하게 맞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반려인은 “한 때 탄광지역이었다는 특성을 살려서 검은 털의 반려동물에게는 할인혜택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검은 강아지, 고양이를 향한 선입견이 존재하는데 인식변화를 이끈다는 의미도 있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전하기도 했다.

 

지방 소도시는 수도권 등 큰 도시에 비해 탁 트인 공간이 많고 공기가 깨끗하며 풍광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반려인들이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은 공간의 특성이기도 하다. 멍멍, 울려퍼지는 ‘개소리’가 지방 소도시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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