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산업계 새 패러다임] 매달 수익 꼬박꼬박... 충성고객 덕분에 산다

일상 속 구독 시스템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매월 상당 비용을 구독에 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은 물론 콘텐츠를 광고 없이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도 매달 비용을 지불한다. 장을 보러 갈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로켓배송 이용도 필수다. 

 

이모티콘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 인공지능(AI) 사진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셀카 앱 ‘스노우’도 쓴다. 알게 모르게 많은 돈이 나가고 있지만 쉽게 줄이기 어렵다.

 

최근 산업계에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기업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경제 모델을 통칭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전 구독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1000억원에서 올해 100조원으로 2.5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한국인은 대체로 구독서비스에 매년 360달러(약 52만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구독 관련 전문업체 뱅고(Bango)는 지난해 10월 ‘구독 전쟁 2024’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월 단위로 치면 매달 약 30달러를 쓰는 셈이다. 한국 소비자 1명이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는 평균 3.4개였다.

 

과거 미디어 콘텐츠나 소프트웨어에 국한되던 구독 시스템은 이제 오프라인까지 확장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버디패스’를 시작으로 커피 업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씨유(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도 편의점 도시락부터 샴페인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상품을 할인해주는 멤버십을 내놨다.

 

롯데웰푸드는 제과업계 최초로 매달 달라지는 주제에 맞춰 스낵, 비스킷, 초콜릿 등 다양한 과자를 보내주는 ‘월간과자’를 3년째 운영 중이다. 

 

흔히 건강관리, 차량, 패션, 식음료 분야에서 활발하던 구독 서비스는 레저‧문화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연 3만9600원으로 1년 내내 세종시즌 공연을 최대 40%까지 할인받는 파격적인 구독 서비스를 공연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2년 연속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에버랜드도 국내 최초의 정원 구독 프로그램인 가든패스를 오는 3월 론칭한다. 이는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포시즌스가든, 하늘정원길, 은행나무숲, 호암미술관 희원 등 에버랜드 안팎에 위치한 고품격 정원 인프라를 모두 연결해 계절별로 식물이 가장 아름다울 때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다이어터를 위한 샐러드, 영양제, 세탁서비스, 침구, 반려견 용품, 전자 및 가구 등 대다수에서 구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이 구독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일정 기간 구독을 유지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재구매율도 상승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 일회성 판매 방식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핵심 제품 판매 외에도 옵션 등을 통한 부가적인 수익 창출 기회가 생긴다.

 

소비자들도 구독경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거나 맞춤형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한, 필요할 때만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구독 서비스도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선택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의도치 않은 결제를 유도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게 만드는 다크패턴(dark patterns) 상술은 개선돼야 한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을 조작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기만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설계 방식이다. 사용자의 의도와 달리 구매나 구독‧동의 등을 유도하거나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해 이익을 얻는 목적에서 쓰인다.

 

기존 마케팅 기법과 달리 소비자가 독립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구독자의 사전 동의 없이 정기결제가 이루어지는 사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업들이 기존의 제품 판매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구독경제 성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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