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매도가 제도 개선을 거쳐 내달 31일 다시 시행된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가격 조절 기능이 다시 작동되면서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시장 투명성 제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감 등이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 하락 시 낮은 가격에 사서 상환하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 하락을 예측한 투자 기법인 만큼, 주가가 많이 오르고 비싸진 종목에 공매도가 몰리게 된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가 자본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이유에서 지난 2023년 11월 국내에선 금지됐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부진 속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다.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으로 옮겼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보냈던 만큼, 공매도 재개로 인해 외국인·기관 등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내 증시는 랠리 흐름으로 코스피의 경우 연초 이후 반등을 지속 중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유럽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시장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원활한 공매도 재개를 위해 법령 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선 공매도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대차거래 상환기간을 손봐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매도 목적의 대차 주식 상환기간은 90일이며 연장 시 최대 12개월로 제한된다. 상환 기간 종료일에 상장폐지·거래정지 시 사유 종료일 기준 3영업일 뒤로 연장된다. 공매도를 주문받는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도 의무화된다. 이를 위한 종목별 잔고 관리와 무차입 공매도 차단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문제점을 보완한 뒤 공매도가 재개되면 한국 증시가 한층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증시를 떠났던 해외 투자자 자금이 다시 유입되거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증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열린 토론’에서 “공매도 전산화와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중심으로 증시 인프라 혁신과 성공적 정착을 위해 감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새로운 공매도 전산 시스템은 과거 문제가 됐던 무차입 공매도를 99% 적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이 원장은 바뀐 공매도 제도와 한국 증시 매력을 홍보하기 위해 다음달 홍콩 등 해외 파트너도 만날 예정이다.
다음달 4일에는 국내 첫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다. 대체거래소는 기존 정규거래소 외에 주식 등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전자거래 플랫폼이다.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가장 큰 변화는 주식 거래 가능 시간이 길어지는 등 새로운 주문 유형이다. 증권업계는 공매도 재개에 앞서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