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주택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이달 지방에서 전년 동기보다 2배나 많은 아파트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2만7418가구가 분양한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1만2417가구, 지방은 1만5001가구다. 특히 지방 분양 예정 물량은 전년 동월(7135가구) 대비 2배가량 많다. 지역별로는 ▲부산(3766가구) ▲충남(3001가구) ▲경남(2638가구) 등의 순으로 분양 물량이 많다.
일반적으로 3월은 분양 성수기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과 분양가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청약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적이 기대 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월 아파트 분양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72.9로 나타났다. 지방은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72.8을 기록했다. 분양전망지수의 기준점은 100으로, 지수가 이보다 낮으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분양시장 전망 악화에는 미분양 주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2451호(3.5%) 증가한 7만2624호로 집계됐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392호(6.5%) 증가한 2만2872호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1월(2만2227호)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중 약 80%인 1만8000여 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줍줍’에도 수만 명이 몰리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분양시장은 할인분양 등의 자구책에도 지역 내 쌓여 있는 미분양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불안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물량이 집중되는 부산, 경남, 충남 등지까지 청약 온기가 기대 만큼 확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방에 지난해보다 2배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분양이 이뤄져도 수요가 부족해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 미분양 적체는 주택 가격 상승기에 편승해 지역 내 수요와 수요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수익만을 위해 무리하게 주택 공급을 진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