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시장에서 원단을 사와 곧바로 패턴을 그리고 재봉해 샘플을 만들면 쾌적한 회의실에서 거래처와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 동대문 종합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라면 가능한 일이다.
무신사가 K패션 메카 동대문에 무신사 스튜디오 지점을 하나 더 추가했다. 무신사 스튜디오 6호점인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원단, 부자재, 생산, 도·소매 등 패션 생태계가 집약된 동대문 클러스터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기자가 13일 방문한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이제 막 입주 상담을 받기 시작한 신규 오피스로, 아직까지는 새 것의 느낌이 물씬 났다. 화이트 톤 인테리어로 깔끔한 이미지를 자아냈다. 입구에는 송장 작업을 마친 택배를 두는 장소가 마련돼 있었는데, 지금은 한산하지만 추후 입주가 이뤄지면 택배가 산처럼 쌓일 것으로 보였다. 동대문 종합시장점 오픈 전까지 5개점에서 한 달에 4만~5만개 택배가 출고돼 왔다고. 무신사 스튜디오는 시중가 대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강점이다.

무신사는 국내 중소 디자이너 지원을 위해 2018년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점을 처음 열었다. 이번 동대문 종합상가점과 멀지 않은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자리했다. 무신사는 이후 ▲한남 1호점(2022년 2월) ▲성수점(2022년 5월) ▲한남 2호점(2023년 1월) ▲신당점(2023년 4월)까지 5개 지점을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동대문, 성수, 신당, 한남 등 패션 생산과 직접적 연관이 있거나 최신 트렌드 및 시장분석 등에 용이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5곳의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한 기업 수는 270여개다. 입주율은 75~80% 수준이다. 디스이즈네버댓, 글로니, 1993스튜디오, 커버낫, 산산기어 등 유명 브랜드들도 무신사 스튜디오 오피스를 사용했다.
무신사는 스타트업 또는 소규모 브랜드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유 오피스를 론칭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입주 기업의 면면을 보면 중소·중견 브랜드가 거점 오피스 목적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창업 초창기 1인 디자이너들의 수요도 높다.

동대문 종합시장점의 경우 140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서 사무실, 재봉실, 워크룸, 패킹룸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사무실은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최소 1인실부터 최대 25인실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총 200개 호실을 보유하고 있다. 짐을 쌓을 수밖에 없는 패션업의 특성을 고려해 책상과 의자 뒤로 넉넉한 여유 공간을 둔 점이 눈에 띄었다. 중대형 규모 사무실의 경우 큰 창으로 평화시장 전망과 따뜻한 햇살을 쐴 수 있는 타입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로 가장 인기가 많은 타입이라고.

소형 회의실(4인) 2곳과 최대 12명을 수용하는 대형 회의실도 5개나 갖추고 있다. 또 사무실 사이 사이에 거래처와 유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폰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복합기와 송장 출력기도 이용 가능하다. 사무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중앙의 라운지로 이어진다. 라운지에는 동시에 최대 7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미팅용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커피 머신과 정수기, 전자레인지도 넉넉하게 구비했다. 입주 기업에게 전부 무료로 제공한다.

최신 재봉틀 4대, 오버로크 미싱기 1대, 판다리미 2개 등이 구비된 재봉실에서는 즉각적인 샘플 제작과 수정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재봉틀은 선스타(Sunstar) 브랜드 제품으로 1대당 200만원 수준이다.
재봉실 바로 옆에는 샘플 또는 판매 예정 상품을 검수하거나 패턴을 수정하는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워크룸에는 작업대 17개가 마련돼 있다.
동시에 30명이 상품 포장·배송 등 물류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킹존이 핵심이다. 패킹존은 책상 높이를 90㎝로 적용됐는데 이 높이가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높이다. 보통 택배 집하가 오후 4~5시에 이뤄지므로 오후 2시부터 붐비는 장소다.

재봉실, 패턴실, 워크룸, 회의실, 촬영 스튜디오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임대료의 일정 부분을 무료 포인트로 제공해 예약 시 사용 가능하다. 그 이후로는 유료로 충전해서 사용 가능한데 대부분 무료 포인트 내에서 해결된다는 게 무신사의 설명이다.
사용료는 인당 월 30만~45만원 선이다. 이 안에 전기세 등 관리비가 포함돼 있고 모든 패션 작업 인프라와 커피, 택배 할인 등을 제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타 공유 오피스보다 이점이 있다는 게 무신사의 설명이다. 3개월, 6개월씩 단기 계약이 가능해 중소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무신사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K패션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공간을 마련했다”며 “무신사가 운영하는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6개월 입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