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거래채권이 순조롭게 상환되고 있으며, 이달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에는 즉답을 피해 위기 극복 의지에 물음표가 찍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홈플러스 각자 대표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등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래 경영진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조 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전날까지 상거래채권 3400억원 상환을 마쳤다”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이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날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며 “협력사와 임대 점주들께 지불할 상거래채권은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채권 신고와 관계인 설명회 등 절차를 거쳐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MBK의 무리한 인수와 무책임한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유동화증권(ABSTB)과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점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다수 점포매각 및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로 경영을 악화했다는 비판 ▲회생 신청을 한 달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 ▲회생 계획안에 점포 추가 매각을 포함했다는 의혹 ▲홈플러스에서 관리보수를 받았다는 의혹 등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세일즈앤드리스백은 다른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점포 매각 자금을 홈플러스 운용자금으로 투입했다”며 “홈플러스의 줄어든 매장 수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직원도 모두 정규직화해서 자연 퇴사율이 타사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회생 신청을 신용등급 하락 최종 결정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추진했다”고 말했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에는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부도가 나면 급히 무너지기 때문에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회생에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달라는 요구, 회생 계획에 추가 점포 매각안이 담겼냐는 질의 등에는 “회생이 개시됐기에 사측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회생은 채권자와 채무자, 법원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짜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매각 역시 회생으로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사측 간담회 이후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부동산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우량 점포 매각으로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광일 대표가 간담회에서 대부분 답변을 직접 했지만, 정작 MBK의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MBK가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직접 경영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