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거래가 더욱 확대된 덕분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825만명으로 나타났다. 예치금은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보유금액은 지난해 10월 58조원에서 11월에는 102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12월에도 104조100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대금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3조4000억원 수준에서 11월에는 14조9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12월에는 17조2000억원으로 더 올랐다.
한은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해 1월 미국과 같은 해 4월 홍콩 등 주요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 규제법안(MiCA) 시행 등 규제 불확실성 해소에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가상자산에 우호적 입장을 나타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되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예치금, 가상자산 보유금액 및 일평균 거래대금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확대,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 수립 등 가상자산 관련 주요 현안 사항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한 만큼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돼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은은 가상자산위원회 등 향후 진행될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가해 중앙은행 관점에서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 의견 등 바람직한 지급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도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외부 충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법정화폐 가치에 정확히 1대 1로 연동되지 않고 가치가 축소될 경우 상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발행 기관은 예금을 대거 인출해서 대응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