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거듭된 금리인상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등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리 상승 덕에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는 등 자산운용수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존에 사둔 채권의 가치가 떨어져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이 내려갈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 후반에서 가장 높은 곳은 4.0%에 이른다.
푸르덴셜생명이 4.1%로 가장 높았고 삼성생명 3.9%, 한화생명 3.6%, 삼성화재 3.4%, DB손보 3.5%, 현대해상 3.3% 등이다.
보험사는 수백 조의 운용자산을 굴리는데 이중 태반을 국채, 회사채, 금융채 등 장기 채권에 투자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국내 채권투자액은 325조5161억원으로 총 운용자산(676조2513억원)의 약 절반에 이른다. 외화유가증권 투자액(94조3405억원)도 대부분 채권에 투자됐다.
손해보험사의 국내 채권투자액은 81조7425억원, 외화유가증권 투자액은 28조7655억원이다.
이처럼 보험사의 채권투자 비중이 높기에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투자 수익률도 높아져 자연히 운용자산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은 운용자산이익률 개선 및 새로운 자금 창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금리 오름세는 보험사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자율차익이 늘어나 전체 당기순이익 증가세로 연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이 보험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가치가 떨어져 현재 보유 중인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 금액은 각각 346조2930억원, 140조6404억원이다.
재무제표상 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장부가격과 이자만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에 반영된다.
이는 곧 보험사의 RBC비율 하락으로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상승 충격 시 보험사의 RBC비율이 규제수준(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2년간 국내 시장금리가 3%p(누적) 상승하고 전국 주택가격이 30% 하락하는 상황을 설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보험사 RBC비율은 253.5%에서 10.28%로 150.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물론 보험사의 영업실적이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고 운용자산이익률이 확대되면 RBC비율도 올라간다. IFRS17 도입이 2022년으로 미뤄진 점도 보험사의 부담을 줄인다.
다만 현재 RBC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jh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