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대형 보험사 점포…온라인·GA 성장 영향

3년간 대형 보험사 점포 300여개 감소
GA 설계사 19만명, 보험사 전속설계사 추월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최근 3년간 대형 보험사들의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3년간 사라진 점포 수만 300여개에 달했다.

 

이는 온라인 활성화와 함께 보험 법인대리점(GA)으로의 인력 유출이 계속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 이른바 ‘생보 빅4’의 점포 수는 총 2003개로 지난 2016년말의 2160개에 비해 157개 줄었다. 전년 대비로는 58개 감소하는 등 매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회사별로는 교보생명이 2016년말 점포 수 670개에서 지난해말 601개로 69개 축소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655개에서 592개로 3년 새 63개 줄었다. 그나마 삼성생명(14개), 농협생명(9개) 등이 점포 수 감소폭이 작은 편이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보 빅4’도 점포 수가 줄었다. 3년간 4개사의 총 점포 수가 1977개에서 1830개로 147개 축소됐다. 생·손보를 합치면 대형 보험사에서만 점포 수가 300개 이상 줄은 셈이다.

 

회사별로는 KB손보의 점포 감소폭이 가장 컸다. KB손보는 2016년말 405개에서 지난해말 327개로 78개 줄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KB손보가 KB금융그룹의 식구가 되면서 방카슈랑스 판매가 늘어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16개, 현대해상은 23개, DB손보는 30개씩 각각 점포가 줄었다.

 

점포 수 감소는 보험업계의 영업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실적이 좋은 팀의 팀장(SM)이 독립해서 지점을 만들고, 다시 그 지점장 산하의 팀장이 독립하면서 여러 개의 지점을 거느린 본부로 승격하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2000년대까지의 일일 뿐, 2010년대부터는 확연히 변하는 양상이다. 대형 생보사는 2013년부터 점포 수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으며, 대형 손보사도 그 다음해부터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주된 원인으로는 온라인 및 방카슈랑스 활성화, GA 성장세 등이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점포는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 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온라인과 방카슈랑스를 통한 영업실적이 늘수록 점포 유지에 대한 동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GA의 가파른 성장세도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수년간 빠른 성장 가도를 달려온 GA는 결국 영업조직 규모에서 보험사를 앞질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말 기준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는 17만8358명에 그친 반면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는 18만746명에 달했다. 1년 새 보험사 전속설계사가 1만598명 줄어드는 사이 GA 소속 보험설계사가 7902명 늘면서 역전된 것이다.

 

이 차이는 작년 들어 더 확대됐다. 지난해말 기준 GA 소속 보험설계사 수는 18만9395명까지 증가해 19만명 달성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특히 대형 GA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보다 14.3%(183만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속 보험설계사가 500명을 넘는 대형 GA의 계약이 1221만건으로 새로운 계약의 83.6%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쪽에서 고액의 인센티브로 유능한 보험설계사들을 유혹해 빼가는 행태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며 “신규 유입 인재도 보험사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GA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근래 여러 GA가 뭉쳐서 대형 GA를 만드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며 “GA가 대형화될수록 보험사에 대한 협상력이 강해져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아낼 수 있기에 보험설계사 유출 현상의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때문에 보험사들의 전속설계사 수 감소폭이 커져 점포 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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