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골프 황금시대’가 도래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및 실내스포츠 인구가 대거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때아닌 ‘부킹(예약)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덩달아 골프장 몸값과 골프용품 매출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골프산업도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여행·실내스포츠 막히며 몸값 급상승
현재 골프장의 몸값은 18홀 기준 1400억원대, 27홀 기준 1800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10년 전 700억~900억원대보다 두 배나 뛰었다.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하나금융-모아미래 컨소시엄에 1800억원대에 팔기로 했다. 당초 1000억원대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골프산업 호황에 힘입어 몸값이 급상승했다.
경기 안성의 아덴힐CC의 경우 예상 매각가로 14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홀당 35억~40억원 선에서 평가받던 골프장 몸값이 최근 이례적인 호황에 힘입어 홀당 50억~60억원까지 이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골프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골프용품 매출도 뛰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6월 26~28일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8일까지 골프용품 매출이 35%, 골프의류 매출이 20.4% 증가했다. 백화점이 아닌 로드샵의 경우 재난지원금 효과로 매출이 더욱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온라인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하다. 11번가의 6월 기준 골프용품·의류 관련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5%에 달했다. G마켓은 5월 중순부터 한 달간 골프용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50%를 넘었다.
스크린골프장도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골프에 입문하려는 20∼30대가 크게 증가한 데다, 술자리 대신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실내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액 727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2%, 3.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직장인 최모 씨(34)는 “작년만 해도 스크린골프장은 별다른 대기 시간 없이 이용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예약이 필수”라며 “확실히 주변에 골프를 새로 시작하는 젊은층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야외활동 안전’ 인식, 골프 인기 이끌어
한 때 골프는 일부 부유층만 즐기는 ‘그들만의 스포츠’로 여겨져 수요가 정체기에 있었다. 그러다 주 52시간제·탄력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여가시간 확대, 스크린골프장 증가에 따른 젊은층의 진입장벽 완화 등으로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불을 지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퇴근 후 직장동료, 지인들과 야간 골프를 즐기는 인구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골프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스골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골프장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월은 149%, 2월 147%, 3월 112%, 4월 117%, 5월은 10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일 연속 코로나 확진자가 4만명을 넘은 미국에서도 골프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미국 내 골프 라운드 수가 지난해 대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골프 예약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여름철에도 상대적으로 서늘하게 필드를 다닐 수 있는 강원도나 경기도 산간 지역 골프장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명세를 탄 인기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회원권, 캐디피, 카트피 등 부대비용도 급상승
골프는 여전히 고비용 스포츠다. 게다가 최근 급격한 수요 증가로 회원권 가격이나 캐디피 등 부대비용이 폭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
골프회원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용인에 있는 레이크사이드는 올해 초 4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회원권이 지난 6월 기준 2억1000만원이나 오른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인 남부CC는 8억8000만원에서 10억원, 경기 광주 남촌CC는 6억5000만원에서 8억원, 남양주 비전힐스는 5억3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또 상당수의 국내 골프장이 카트피를 기존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캐디피도 13만원으로 인상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2차 대유행을 걱정할 만큼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골프의 인기도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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