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쇼크’ 정유4사, 2분기 반등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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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올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냈던 정유업계가 2분기엔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국제유가 반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조치 해제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여전한 데다 정제마진 개선세가 더딘 점은 실적 개선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4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분기 기준 최악의 성적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이에 따른 수요 감소, 국제유가 급락 등 복합적인 악재 탓이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1조 77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 벌어들인 돈(1조 2693억 원) 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하는 석유 사업에서 1조 6359억 원을 까먹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도 각각 1조 318억 원, 1조 7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 조 단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윤활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에서 672억 원, 20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정유사업에서 1조 1193억 원의 손실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 1분기 5632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유가는 글로벌 석유수요 둔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 원유재고 증가 등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월 평균 기준) 지난해 12월 배럴당 64.9달러에서 올해 3월 33.7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정제마진 회복세도 더디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데,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분기에 비해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정제마진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이 2분기부터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부 정유사에 대해선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향 공식판매가격(OSP: Official Selling Price)의 하향 조정에 따른 실적 방어 효과가 일부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 연구위원은 이어 “다만 지난 1분기 재고관련손실 산정에 반영됐던 두바이 기준유가는 배럴 당 33달러 수준이었는데, 현재의 국제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2분기에 반영될 재고관련손실은 ‘제로’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수요 불확실성 존재하나 봉쇄조치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수요 회복 및 정제마진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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