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외부의 경험을 집안으로 들이는 ‘인스피리언스족’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속칭 ‘홈트’로 불리는 홈트레이닝을 들 수 있다. 이는 집에서 하는 피트니스활동을 통칭한다. 외부활동을 자제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온라인 운동 콘텐츠가 보편화되며 홈트족은 점점 증가세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홈트 중’
현재 국내 성인 10명 중 9명은 열심히 운동 중이다. 뷰티·헬스케어 기업 뉴스킨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파마넥스’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과 전국의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2%가 ‘운동’을 꼽았다. 또 성인 10명 중 9명(92.3%)은 ‘현재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4월 롯데멤버스도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홈트 경험’을 묻는 설문 결과, 응답자의 78.1%가 “집에서 운동해봤다”고 답했다. 주1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도 80.3%에 달한다.
파마넥스 조사 결과에서도 ‘집’은 최고의 운동장소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홈피트니스에 나서는 이유로 ‘외부 활동 제약’(31.8%)을 꼽았다. ‘집에서 하는 게 편해서’(28%)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홈트의 최대 장점은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집으로 오는’ 퍼스널트레이닝·요가 서비스, 온라인 건강관리 서비스가 떠오르는 이유다. 다이어트 전문기업 쥬비스의 경우 자사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집으로 들인 ‘쥬비스 앳홈’ 서비스로 신사업을 구축하기도 했다.
◆홈트 열풍, ‘동영상 플랫폼’이 키웠네… ‘월클’ 스포츠스타도 지원사격
‘홈트열풍’에는 높은 수준의 ‘운동영상’이 한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마넥스 조사 결과 약 63%의 홈트족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었다. 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손쉽게 영상을 보고 따라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같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스포츠 스타들도 ‘홈트’에 동참하고 있다.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축구 스타 손흥민(28·토트넘)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홈 트레이닝 강사로 나섰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라는 이름으로 4월 말 게재된 ‘쏘니 선생님이 직접 알려주는 축구공 활용 집콕 운동’ 영상은 현재까지 14만8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체조 선수 양학선(28·수원시청)과 여서정(18·경기체고),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29) 등도 문체부와 함께 ‘코로나19 극복 국민체조’ 영상을 게재해 32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월드클래스 스포츠 스타의 개인 방송을 통해 ‘홈트’를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배구계 ‘식빵언니’로 알려진 김연경(32·흥국생명)은 개인 방송 ‘식빵언니’를 통해 ‘월클한테 혼나면서 배우는 홈트’ 영상을 게재했고, 이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 수 47만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운동용품 판매도 ‘호조’
취미활동에 앞서 전문가 못잖은 ‘장비’를 갖추려는 한국인의 성향은 홈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은 코로나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 3~4월 자사 택배 송장 정보를 바탕으로 총 4억8000만 건에 해당하는 물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홈트레이닝을 위한 각종 운동기구 택배 배송량이 크게 증가했다.
런닝머신은 266%, 스텝퍼는 162%, 아령은 140%, 훌라후프는 60% 늘었다. 롯데멤버스도 라임을 통해 조사한 결과 홈트레이닝 용품을 구매한 적 있다는 홈트족은 89%나 됐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전 지점에서 ‘워라밸 페어’를 열고 운동복과 실내 운동기구, 마사지기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동안 홈트제품은 보통 온라인으로 구입해야 했는데, 백화점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G마켓 조사 결과 홈트레이닝 용품 판매율은 꾸준히 증가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1~3월, 전년 동기 대비 헬스기구는 8%, 웨이트운동기구는 20%, 홈트 관련 소도구는 7% 증가했다. 요가·필라테스복 등 애슬래저 룩 판매도 47% 급증했다.
홈트 열풍은 시들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세다. 외부운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여름철 ‘다이어트 성수기’를 앞둔 홈트족은 여전히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4~5월 홈트용품 판매율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높아졌다. 헬스기구는 34%, 웨이트기구는 26%, 소도구는 12%, 요가·필라테스복은 320%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만족도 높은 홈트… 무리한 운동은 ‘주의하세요’
뉴스킨 파마넥스 관계자는 “현재 홈트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향후 홈트를 지속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한 결과 87.2%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무엇보다 운동 전 삶의 만족도를 점수로 환산해 달라는 질문에 전에는 평균 65.3점이 나왔지만, 운동 후에는 81.7점으로 16.4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운동이 개인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삶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홈트니스에 대한 니즈와 함께 관련 시장 규모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단,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게 운동해야 한다.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홈트레이닝은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도록 차근차근 수행해야 한다”며 “유튜브를 보며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가정용 운동기구를 사용하다가 다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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