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180도 바꿔놨다. 세계를 뒤집은 이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반대급부로 또 다른 기회를 던져주기도 했다. 언택트, 인공지능(AI), 리모트 퍼스트(원격 우선), 4차 산업혁명 등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에 인류는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새로운 질서의 나침반이 어디를 가리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비즈&스포츠월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기술 트렌드와 업종 등을 시리즈를 통해 조명한다.
[세계비즈=권영준·김진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인류를 ‘코로나 사피엔스’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코로나19는 문명의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모든 부분에서 전면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환경 변화로 △ 비대면·원격사회로의 전환 △ 바이오 시장의 도전과 기회 △ 자국중심주의의 강화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 산업 스마트화 가속 △ 위험대응 일상화와 회복력 중시 사회 등을 꼽았다. 특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등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뉴노멀의 시대, 데이터가 핵심이다
이처럼 ‘뉴노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데이터’다. 현대인의 일상 속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숨어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포인트 카드로 적립한다. 인터넷으로 쇼핑할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는 물론 돈을 주고받는 등 금융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운전할 때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받아 활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쓰기도 하고, 도로와 건물에는 수천개의 CCTV가 달려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은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흩어진 정보를 통신-해석-처리로 형식화해 사실과 개념, 명령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모아 특정한 목적에 따라 정보를 추측하고, 결과를 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빅데이터의 활용’이라고 일컫는다.
◆빅데이터, 산업의 혁신을 불러오다
빅데이터 활용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자연재해와 교통량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 관리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관공서는 가구별 소득과 지출, 맞벌이 여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아이 돌봄 센터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전력 사용 데이터를 통해 음식점과 약국의 영업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금융산업의 혁신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 금융이 활성화됐다. 지점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하는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송금 및 결제도 휴대폰 하나면 충분하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 금융 소비자의 동의 아래 소득과 소비 패턴 등의 정보를 수집해 카드부터 예금, 적금, 대출, 보험 상품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수요공급 예측은 물론 제조 데이터를 수집해 공장 가동을 최적화할 수 있다. 유통업 역시 고객의 니즈를 빅데이터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의료 및 바이오산업에서는 임상 정보나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신약 및 의료 기기를 개발할 수 있고, 연구 역시 활성화할 수 있다.
◆데이터 확보 경쟁, 벌써 속도전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 댐’ 구축에 나선다. 이를 통해 데이터 수집 및 가공·거래·활용기반을 강화해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5G 전국망을 통한 전 산업 5G와 AI 융합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즉, 데이터는 방대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모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IT기업이 ‘기업형 데이터 댐’ 구축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이터 확보 경쟁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미 국내 대형 IT기업은 IDC(Internet Data Center) 구축에 속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네이버가 세종시에 1조원 규모를 투자해 IDC 구축에 나섰고, 카카오 역시 4000억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선다. 최근에는 새만금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공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SK컨소시움을 선정했다. SK는 2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제시해 데이터센터 4개동을 2024년에 완공하고, 2029년에는 16개동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 구현 본격화
데이터의 중요성은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로 과거 4세대 이동통신인 LTE보다 속도는 20배가량, 처리 용량은 100배가량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 구현도 본격화되고 있다.
SKT는 초실감 미디어 통합 플랫폼 '점프VR·AR' 운영하고 있다. 점프VR의 경우 '언택트 문화재 관람 서비스' 콘텐츠 선보였는데, 360° VR 영상을 통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덕수궁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서비스 사용 환경을 개편한 점프AR에는 초현실 AR 카메라 기능이 눈길을 끈다. K팝 가수·희귀동물·공룡 등을 3D로 소환해 함께 촬영할 수 있다.
KT 역시 자체 VR 플랫폼인 '슈퍼VR'의 콘텐츠 확대 중이다. 약 40종 VR 게임 제공하고 있으며, VR 단말 없이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한 모바일 앱 버전 콘텐츠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광복절을 맞아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360° VR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 선보이기도 했다.
LGU+는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U+AR·U+VR'을 통해 아이돌·예능·SNS스타·키즈 등 현재 총 2200편의 AR콘텐츠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5G 콘텐츠 동맹 조성에 나서면서 연극·공연·다큐멘터리 등으로 콘텐츠 지평을 넓히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직종 취업 활발
빅데이터 기반의 IT 업종에서 취업이 활발하다.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들은 모바일 뱅킹 분야 개발 및 활성화을 위해 금융IT, 클라우드 플랫폼,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개발자를 대거 모집했다. 시중은행도 금융IT 분야 디지털 인재를 모으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난 15일 정부와 각 부처, 지자체에서 데이터 전문가를 별도로 선발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인사 관련 5개 대통령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재난 및 안전사고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연세대는 기업은행과 AI 및 빅데이터 관련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관련 학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운용하기로 했다. 상명대의 경우 빅데이터 및 핀테크 전공을 신설해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을지대학교는 ‘빅데이터의료융합학과’를 국내 대학 최초로 개설했다. 중앙대와 세종대는 인공지능학과를, 숭실대와 성신여대를 AI융합학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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