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 오를 동안 4대 지주 주가 ‘뒷걸음’

코로나19 여파·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미래 전망 불투명
“과도한 저평가…저가 매수 기회”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지난해말 대비 코스피지수가 상승했음에도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실여신 위험이 상승한 데다 초저금리와 거듭해서 강화되는 금융규제도 은행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 주가는 너무 저평가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피 종가는 2365.90으로 전년말(2197.67) 대비 7.7% 상승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밀어올린,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모습이다.

 

그러나 코스피가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동안 은행주는 오히려 거꾸로 갔다. KB금융지주의 6일 종가는 3만9000원에 그쳐 전년말의 4만7650원보다 18.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4만3350원에서 2만8350원으로 34.6%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2만9300원)는 20.6%, 우리금융지주(8500원)는 26.7%씩 각각 내렸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주된 원인으로는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일으킨 경기침체가 꼽힌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면서 기업 실적이 내려앉았으며,  기업과 가계 부실여신 리스크가 상승했다. 이는 곧 4대 금융지주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충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이 21.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자 지난해의 한계기업 비중(14.8%)보다 대폭 확대된 수치다.

 

불황의 그림자는 금융지주 실적에도 반영됐다. KB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8368억원) 대비 6.8%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1조8055억원)는 5.7%, 우리지주(6610억원)는 44.0%씩 각각 감소했다.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하나지주만 당기순익이 늘었다. 하나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1조3446억원으로 전년동기의 1조2044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에게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 등 상당한 혜택을 제공한 것이 ‘붉은 경고등’을 울리게 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달까지 개인사업자대출 원리금을 유예해준 금액만 약 36조원에 달한다. 그 중 이자 납부까지 유예해준 대출도 약 1조700억원이나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도 갚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은 매우 위험한 곳”이라며 “향후 관련 대손충당금이 1조원 이상 급증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초저금리 기조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축소, 전세자금대출로 주택 구매 금지, 고액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거듭되는 금융규제 강화 역시 은행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내려갈수록 은행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고소득자 대상 신용대출 등은 중소기업대출 혹은 개인사업자대출보다 훨씬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은 이런 쪽을 더 많이 취급하고 있는데 규제로 틀어막아버리니 미래 수익성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황의 그림자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지주 산하의 타 금융사들, 특히 생명보험사와 카드사에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는 초저금리, 카드사는 민간소비 부진 탓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비우호적이라 해도 지금의 주가 하락세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부실여신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모두 전년말보다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0.48%에서 0.45%로 0.03%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0.02%포인트, 국민은행은 0.01%포인트씩 각각 하락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고 환율도 우호적”이라며 대외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하나지주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낮은 데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KB지주는 윤종규 회장이 재선임되면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3분기에도 시장의 우려와 달리 2분기에 근접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행주는 저가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며 “장기 투자를 꾀하는 투자자라면 은행주를 포트폴리오에 넣을 기회”라고 진단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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