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안재성 기자]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면서 2금융권과 P2P금융이 반색하고 있다. 은행 대출이 막힌 고신용·고소득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하반기 들어 대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2금융권 가계대출이 4조원이나 급증했으며, P2P금융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로 분석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고금리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두드러지는 2금융권 대출 증가세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7~8월 2개월 동안 4조원 급증했다. 7월에 1조8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8월에는 2조2000억원으로 증가폭이 더 확대됐다.
두 달 간 업권별 증가액은 저축은행 1조3000억원,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1조3000억원, 보험사 1조1000억원, 상호금융 30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주택담보대출이 2000억원만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1조7000억원 급증했다.
최근 P2P금융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활황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 4일 기준 P2P업체 34곳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4462억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3033억8484만)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더 많았다.
특히 P2P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 증가율이 7.4%에 달했다. 6월 6.9%, 7월 6.5%로 올해 6월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개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803억6000만원으로 전체 대출의 85%를 차지했다. 그 외 개인사업자 75억4900만원, 법인 105억2312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2금융권과 P2P금융이 때 아닌 대출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은행 대출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쏠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돈이 급한 신용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때문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5월 동안 2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원 축소됐었다. ‘6.17 대책’ 등으로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6월(5000억원)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7~8월에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주담대 규제 강화에 P2P금융 ‘방긋’
또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P2P금융으로의 풍선 효과를 일으켰다. 현재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은 40%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가 9억원 이상은 주택은 20%, 15억원 이상은 0%로 축소된다.
반면 P2P금융에는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얼마든지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자기자본으로 빌려주는 경우에만 최고 70%로 제한될 뿐이다. 보통 P2P금융업체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거나 대부업체를 끼고 영업하므로 LTV 85~90%까지 대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P2P금융의 주택담보대출에서 LTV 70~90% 구간의 대출 잔액이 2371억4330만원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LTV 50~70% 구간 대출은 1574억8538만원이었다. LTV 90%를 넘는 대출 규모도 2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규제지역의 P2P금융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규제지역이 3021억5300만원에 달해 비규제지역(1440억7800만원)의 두 배가 넘었다.
P2P금융 관계자는 “P2P금융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대개 연 10%를 넘어 은행보다 훨씬 높다”며 “그러나 은행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소비자가 P2P금융을 찾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풍선 효과는 2금융권과 P2P금융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 금리는 낮아도 연 7~8%, 보통 10% 이상으로 20%를 넘기도 한다”며 “심지어 P2P금융은 주택을 담보로 함에도 연 15% 이상의 금리가 책정되는 대출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고금리로 돈을 빌리게 되면, 소비자들의 고통이 매우 커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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