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 향하는 고신용자… 중‧저신용자 대출길 좁아지나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시중은행이 가계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제2금융 주 고객이었던 중·저신용자가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의 저금리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연 5% 이하, 저축은행은 연 10% 이하 대출 비중이 늘어났다. 이는 그만큼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에서 신규 취급된 카드론 가운데 금리가 연 5% 이하인 금액의 비중은 0.8%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7월까지 0.1~0.3% 수준에 그쳤던 금리가 지난 8월 0.4%로 오르더니, 한 달 만에 2배로 급증한 것이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카드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순 없지만, 업계 1~2위인 SBI, OK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에서는 반영된 모습이다. 우선 SBI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연 10% 이하 대출 비중이 0.1~0.3%대로 형성됐다. 이후 5월부터 1%로 증가하더니 지난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06%, 2.00%로 늘어났다.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연 10% 이하 대출 비중은 최저 0.73(10월), 최대 1.76%(1월)이었는데, 11월 들어 2.78%로 급증했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신용 1등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13.94%이며, OK저축은행의 경우 15.29%(이상 11월 기준)에 이른다. 신용 1등급 평균 금리가 10%가 넘는 상황에서 10% 이하 대출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은 그만큼 고신용 고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고신용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4조7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폭이다. 상호금융(2조1000억원)과 여신전문금융사(1조1000억원), 저축은행(9000억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지속된 초저금리 기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 열풍 등의 이유로 올해 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에 ‘가계대출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에 돌입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4분기부터 관리에 나서더니 연말 신용대출 중단에 나섰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주택 및 주식 시장의 열기는 사실상 그대로인 상황이 직면하자,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저축은행은 높은 대출 수요로 이자이익이 발생하는 등 연말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을 정도로 수신 확보가 안정적이었다”라며 “대출 쏠림 현상이나 리스크 관리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속도 조절은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제2금융권의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들의 대출길이 점점 좁아지면서 대부업체 등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