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한준호 기자] “‘해진이 형이 쏜다’ 뭐 이런 거 한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하는 거 한번 해보고 싶긴 합니다.”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전반이 올해 초부터 각 기업을 가리지 않고 성과급 또는 연봉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 제기와 이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다독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나섰다.
14일 ICT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GIO는 지난 12일 오랜만에 전사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직접 작성한 ‘연단 후에’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이해진 GIO는 구성원의 보상에 대한 상세한 생각을 펼쳐놓았다. 이해진 GIO는 “‘사업’과 ‘보상’은 제가 20년 일해오면서 늘 가장 고민해온,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뒤면 같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 회사마다 회사의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이해진 GIO가 강조한 것은 현재 업계 상황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해진 GIO는 “지금 세상이 다들 보상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 사업에 대해서 점검하고 고민 먼저 하는 것”이라며 “사업 방향을 잘 잡고 사업이 잘돼야 결국 좋은 보상이 지속해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저도 뭐 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 ‘해진이 형이 쏜다’ 뭐 이런 거 한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하는 것 해보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이해진 GIO는 보상 문제를 이사회에서 직접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혀 구성원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해진 GIO는 “24일 주주총회 후에 이사회가 잡혀있는데 여기서 우리 글로벌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이해를 구하고 거기에 따르는 보상에 대한 문제를 상의드릴 계획”이라며 “사외이사님들의 이해를 잘 이끌어낼 수 있으면 진행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ICT업계는 연봉과 성과급 등으로 논란이 없는 기업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로 최대 호황을 맞은 관련 업계이기에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과 급여 인상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각 최고경영자와 창업자 등이 직접 나서서 구성원과 소통하거나 파격적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지난달 신년 메시지와 온라인 직원 간담회를 통해 재산 절반의 사회 기부와 인사제도 혁신, 그리고 인재 양성안 등을 언급했다.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직접 전 직원에 메시지를 보내 직원·라이더·B마트 비정규직원 등에 1000억 원대 주식 나눔 및 격려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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