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산사(山寺)에서 즐기는 만추 여행

 

만어사 대웅전

[밀양=글·사진 전경우 기자] 통일신라 시대부터 불교 문화가 번성했던 경상남도에는 오래되고 큰 절이 유난히 많다. 밀양에는 신비로운 돌의 전설이 담긴 만어사가 있고, 양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도사가 있다. 만산홍엽(萬山紅葉의 계절은 찰나와 같다. 한국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검증된 가을 여행지, 경남의 산사(山寺)로 떠나보자. 

▲‘물고기 만 마리’의 전설, 밀양 만어사

 

 밀양 삼랑진 만어사 미륵전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높이 5m가량의 큰 바위가 있다. 만어사의 이름은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수명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의 신승을 찾아가서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승은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 터라고 일러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고기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가 멈춘 곳이 이 절이었다. 그 뒤 용왕의 아들은 큰 미륵돌로 변하였고 수많은 고기는 크고 작은 화석으로 굳어 버렸다고 한다. 미륵전 안에 있는 큰 돌은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미륵바위라고 한다.

 

 또 다른 버전의 전설도 있다. 만어산에 독을 품은 용이 부처의 설법으로 제자가 되자, 용왕의 아들이 수많은 물고기와 함께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는 이야기다. 함께 온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내용은 앞의 전설과 똑같다.

 미륵전 아래는 폭 100m, 길이 500m가량 되는 거대한 너덜겅 지대다. 이곳에 널려 있는 시커먼 돌이 물고기떼가 돌로 변했다는 ‘만어석’이다. 이 돌은 두들기면 유독 맑은 쇳소리가 나기 때문에 편경같은 전통 악기의 재료로 썼다. 너덜지대 너머로는 낙동강과 김해 방향으로 이어지는 연봉이 아득하게 보인다. 새벽에는 이 장엄한 풍경에 신비로운 운해가 깔려 신비로움이 배가된다.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만어사 삼층석탑이 있다. 1181년의 중창 때 건립한 이 탑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히고 견고하게 정제된 모습이다. 석탑은 흔히 법당의 마당 중심에, 쌍탑일 경우에는 법당 마당의 좌우에 자리 잡게 마련인데, 만어사 삼층석탑은 현재 이런 사람 배치 양식에서 벗어나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절이 여러 차례 고쳐 지어지면서 가람배치가 흐트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사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개의 이름은 곰길이다.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돼 더는 개를 키울 수 없게 된 한 신도가 곰길이를  맡기고 갔다. 곰처럼 덩치가 커다랗지만 온순하고 자비롭다. 

 밀양에는 만어사 말고도 위양지, 영남루 등 볼거리가 많다. 

 

 위양지는 신라 시대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양량지라고도 한다. 저수지 가운데에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 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동쪽에 있는 세 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완재정에 올라갈 수 있다. 위양지는 봄철 이팝나무가 만개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졌지만, 늦가을 풍경도 제법 운치있다. 

 

 영남 제일루(嶺南第一樓)라 자랑하는 영남루는 밀양강을 굽어보는 절벽위에 있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며, 보물 제147호로 지정되어 있다.

 

 ▲규모에서 압도당하는 절, 양산 통도사

 

  ‘한국 불교 3대사찰’타이틀은 그냥 정한 것이 아니다.  불(佛)·법(法)·승(僧) 세 가지 보배 중 하나를 갖고 있어야 자격이 있다.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해인사가 법보사찰이고 고려 시대 16국사를 배출한 송광사가 승보사찰로 불리며,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통도사는 불보사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통도사는 무척 큰 절이다. 처음 가본 사람은 왠만한 대학 캠퍼스만한 크기에 놀란다. 통도사는 전국 208개 말사와 17개 산내 암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성보박물관이 보유한 3만여 점의 유물은 물론, 건물 하나하나가 국보, 보물,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통도사는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사를 봉안한 사찰이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진신사리’라고 하는데, 대웅전 너머에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국보 제290호)이 있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절에서는 석가모니, 즉 부처님이 이미 계신다고 해 부처님을 상징하는 형상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통도사는 2018년 6월 30일 제42회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3번째, 경상남도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에 이어 두 번째 등재다. 

 

 통도사 산문을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무풍교에서 시작하는 무풍한송길은 통도사 암자순례의 첫 관문이다. 통도(사)계곡이라고 불리는 청류동을 따라 길게 뻗은 소나무 숲길을 일컫는데, 직역하면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라는 뜻이다. kw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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