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온다면 큰 병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대장암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휴지에 빨간 피를 비치는 원인은 치질인 경우가 많은 편이다. 피가 살짝 비치는 정도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무언가 빠져나왔다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다른 부위와 다르게 항문이라는 특성상 주변 사람에게 말을 하기에도 부끄러울 수 있다.
우리가 치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항문에서 생기는 질환인 치핵, 치루, 치열 등을 통칭한다. 치질 환자의 대부분이 치핵인 경우가 많으며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 회사원 등 현대인에게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우리의 몸에는 변이 항문관을 잘 통과하도록 쿠션 역할을 하는 혈관조직이 항문 점막 아래에 있다. 치핵은 이러한 항문 쿠션이 잘못된 식습관, 배변습관 등으로 인해 부풀어 오르고 늘어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치핵은 4단계로 분류된다. 조직이 튀어나오는 증상이 없더라도 피가 나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1~2기라고 볼 수 있다. 1~2기까지는 3~4기에 비해 정도가 심하지 않은 편이며 온수 좌욕, 식이요법 등의 보존적인 치료로도 긍정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미루고 방치한다면 조직이 튀어나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3~4기까지 진행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질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신속히 항문외과에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치질은 방치하면 반복되는 섬유화 등으로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세균감염으로 항문 농양, 치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치루암까지 이어지기도 하니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대전항외과 남상용 원장(대장항문세부전문의)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초기에 치료하고 관리를 잘 해준다면 재발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으니 부끄러운 마음에 병원 방문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