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는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미국은 코로나 19 이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고 이로 인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갔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7월 현재 연 5.25~5.50%로 지난해 1월 연 0~0.25%보다 무려 5.25%포인트(p)를 인상하며 200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대부분 경제학자는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아우성쳤다.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9%대까지 상승했던 소비자 물가는 7월 현재 3%대로 떨어졌다. 더욱이 실업률은 7월 현재 3.5%로 기록하면서 펜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는 가라앉고 고용시장도 냉각되는 것이 통념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는 소비를 줄여 이른바 ‘경착륙’을 경험하는 악순환이 당연한 결과가 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은 탄탄하다. 더군다나 2023년 2분기 GDP는 민간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연율 2.4%로 집계됐고 1분기 2.0%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듯하다. 견조한 성장과 물가상승률 둔화 등의 우호적 조합과 잔여 긴축 효과도 크지 않아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물론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 중국 경제 리스크,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 등이 상존해 지나친 낙관론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 경제 침체기를 보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며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것이 미국의 저력이다. 대공황기(1929∼1939년)에는 대규모 경기 부양과 2차 세계 대전 특수가 시작되면서 제조업이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제를 견인해 왔다. 1·2차 오일 쇼크(1974∼1984년)에는 레이거노믹스(1983∼1988년)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경제의 서비스화로 위기를 극복했다. 주택대부조합 파산(1990∼1991년)에는 IT 투자 붐, 나스닥 붐, 인터넷 보급 확산 등 뉴이코노미(New Economy)의 등장이 위기 극복의 요인이 됐다. IT 버블 붕괴 및 9·11테러(2001년)에는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 저금리정책 주택금융 완화 등에 따르는 부동산 붐과 금융산업의 급격한 확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셰일 혁명이 위기 극복의 기회로 삼았다. 셰일가스 산업의 발전은 투자와 고용은 물론 세수 창출 효과를 통해 미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이번 미국 경기 침체를 피하는 데에는 바이노믹스의 일조가 크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미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과 인프라 투자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 극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13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초당적인 인프라법과 반도체칩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추진됐다. 미국 경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기에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판단된다.
위기 극복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산업 정책과 정부 재정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최근 국가 및 경제 안보 차원에서 기술주권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목표로 하는 국가 간 경쟁이 산업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전환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으로서 국가가 개입하는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이 재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우리의 산업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탄탄한 고용시장 상황이 경기 침체를 막았다고 본다. 한국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고용시장이 안정돼야 경제를 돌릴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기업의 투자는 고용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