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의 생생팝업通] 늘어난 中 유커에도 한숨인 면세업계 ‘GTF만 수혜’

단체 관광객 방한이 허용된 이후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모습. 아이파크몰 제공

 

한국을 찾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늘어났음에도 면세업계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해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4만639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7만5191명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현실적으로는 기대만 가득한 그림의 떡인 통계다.

 

◆방한 외국인 증가에도 힘든 면세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66억원으로, 지난해 8월(1조5701억원) 대비 27.6%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매출액은 1조4309억원에서 8990억원으로 37%나 줄었다. 방한 외국인 증가로 이용객 수는 늘었지만 매출이 유지되긴 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유통업계와 금융투자업계가 예측한 전망도 좋지 않다. 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점 3분기 매출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장 유지를 위한 임대료와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높은 송객 수수료 등이 부담이었다. 공항·시내 대기업 면세점은 가맹점을 대상으로 세금 환급을 대행해주는 사후면세업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공항의 높은 임대료에도 입점할 수밖에 없다.

 

다이궁 의존도도 높다. 국내 면세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수익성 악화에도 막대한 송객 수수료를 부담해왔다. 송객수수료란 다이궁을 모집하기 위해 국내 면세점이 중국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11개 면세점의 송객 수수료는 2017~2019년까지 1조원대 초반을 유지했다가 2021년 3조8745억원까지 치솟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관광객의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씀씀이가 크지 않고, 체험 중심 여행을 계획하는 편이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싹쓸이하던 예전과 달리 세금 환급 등을 고려해 더 저렴한 시내 유통점을 주로 찾는다.

 

그렇다 보니 올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은 전화위복이다. 공항의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시내 영업장과 온라인만으로 쏠쏠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인천공항점 철수 이후 명동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매출은 8월에 3%, 9월에 27% 증가했다. 공항 면세점에 들일 노력과 비용을 젊은 MZ 유커들의 트렌드를 연구하는데 투자하며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한류스타를 마케팅 모델로 기용해 ‘올나잇 파티’ 등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19일에는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하우스’를 정식 오픈했다.

 

◆즐거운 ‘글로벌텍스프리’

 

글로벌텍스프리(GTF)가 수혜 기업이다. GTF는 사후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외국인 관광객이 개별적으로 국세청에 세금환급을 신청해야하는 절차를 간소화해 환급금 회수 기간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환급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아 매출이 발생한다.

 

국내 텍스리펀드 사업부문 매출액은 지난 9월 월간기준 최초 50억원을 돌파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월에 기록한 48억4000만원보다 높은 수치다. 면세점과 달리 가맹점만 있으면 자사 매장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리세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하는 부담이 없다. 방한 외국인 입국자수가 늘면 늘수록 이득이다.

 

공항 면세업계 관계자는 “부가세를 환급해야하니까 외국인들의 GTF 이용 빈도가 높다”며 GTF의 성장세를 수긍하면서도 “(면세점도)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본격 회복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만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씁쓸해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