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전분기 대비 48조↑…주택 매매 등 실물투자 감소 영향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및 조달 추이. 한국은행 제공

 

 올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이 전분기 대비 5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 등 가계 실물투자가 감소하며 여윳돈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정부의 순조달 규모는 신속 재정 집행 기조 속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7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29조8000억원) 대비 47조8000억원 늘었다. 순자금 운용은 예금과 주식, 채권, 보험 등 자금운용액에서 금융기관 대출금과 같은 자금조달액을 뺀 금액을 뜻한다.

 

 한은은 순자금 운용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가계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났으나, 가계의 주요 실물자산 투자에 해당하는 아파트 분양물량 및 건축물 순취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순자금 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은 2.0%로 가계지출 증가율(4.5%) 대비 낮았다. 즉 지출 증가 폭이 더 컸다. 하지만 실물자산 투자가 줄며 순자금 운용이 늘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지난해 4분기 8만6000만호에서 올해 1분기 6만4000호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거용·상업업무용·공업용 등 개인 건축물 순취득 규모는 6만5000호에서 6만1000호로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은 79조원으로 전분기(39조원)대비 40조원 증가했다.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을 중심으로 늘었다. 2022년 2분기(82조2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자금조달은 금융기관 차입이 줄어들면서 9조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 줄었다. 자금조달이 감소한 건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정책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주택거래량 감소, 연초 상여금 유입 등에 따른 거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이 늘어나면서 예금, 지분증권, 채권 등 대부분 상품의 운용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해외 주가 상승 기대 등으로 비거주자 발행주식 운용도 늘었다.

 

 일반정부는 지난해 4분기 8조6000억원 순자금 운용에서 올해 1분기 50조5000억원 순자금 조달로 전환됐다. 이는 자본순환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국채 등(지방정부, 공공비영리기관이 발행한 채권 포함) 발행이 40조9000억원, 금융기관 차입이 29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약자복지, 일자리, 사회기반시설(SOC) 중심으로 역대 최고수준의 재정을 올해 1분기에 집행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한편, 올해 1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532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22조1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부채는 6000억원 증가한 231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금융자산은 3008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21조5000억원 늘었으며, 금융자산 대비 부채 배율은 2.30배로 전 분기 말(2.25배)보다 소폭 상승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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