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의 산업Talk] 카카오에 티메프까지... ‘문어발식 경영’이 불러온 참사

IT 업계가 떠들썩하다. 계열사 흡수로 기업 몸집을 키우는 일명 ‘문어발식 경영’이 오히려 기업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큐텐과 현재 약 124개의 계열사를 둔 카카오에서 문제가 발발하고 있다.

 

29일 정부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피해 규모가 2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죄했다.

 

이번 사태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구 대표는 큐텐 산하에 있는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계열사를 무리하게 사들였다. 기업의 몸집을 키워 큐익스프레스의 가치를 높인 다음 주식 상장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큐텐이 흡수한 플랫폼은 2022년 티몬, 2023년 인터파크쇼핑, 위메프, 2024년 위시, AK몰이다. 문제는 일부 인수 방식이 계열사의 지분을 큐텐이 가져가고 기존 주주는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할 새 주식을 받는 ‘주식 스와프’라는 점이다. 하지만 상장은 미뤄졌고, 그 상황에서도 큐텐은 위시를 약 23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위시 인수비용에 티몬 등 판매자들의 정산대금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흘러나온다. 대표의 무리한 경영이 부른 참사라는 비판이라는 지적이다.

큐텐과 카카오의 ‘문어발식 경영’이 기업을 위기로 빠뜨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구영배(왼쪽) 큐텐 대표,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이미지. 각 사 제공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 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계열사가 많다.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뒤 이를 연계한 플랫폼을 잇달아 내세웠다. 택시, 쇼핑, 미용, 대리운전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도 있었다. 그 결과 카카오 계열사는 2015년 기준 45개에서 2021년 6월 기준 무려 158개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이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을 불러왔고, 카카오는 2021년 골목상권 침해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은 124개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크다.

 

기업 입장에선 일상에서의 모든 행위가 온라인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플랫폼 내 생존 경쟁일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한 경쟁은 화를 부른다. 카카오는 ‘문어발 확장 내수 기업’이라는 비판을 듣고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진출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참여했다. 지식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한 SM엔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의혹을 받았고, 지난 23일 구속되면서 기업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업은 김 위원장 구속 이후 “정신아 CA(공동체 얼라인먼트)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그간 김 위원장이 진두지휘해온 경영 쇄신 작업과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공정위 관계자가 피해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위메프 내부로 진입해 사무실 PC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29일 서울 강남구 큐텐코리아 입주 건물의 입주사 안내판에 큐텐코리아가 이름이 가려져 있다.  뉴시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계부처 2차 T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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