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했다. 지난 2022년 9월 처음으로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오른 뒤 네 번째 도전 만에 편입에 성공했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9일 채권 국가 분류 반기별 리뷰 결과에서 한국을 내년 11월부터 WGBI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TSE 러셀은 시장 규모, 국가신용도,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해 통상 연간 두 차례(3월, 9월)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올해는 하반기 일정이 다소 늦어져 이날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은 국채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기준은 충족했으나, 시장 접근성 기준은 맞추지 못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외국인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탁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등 조치를 시행했으며, 그 결과 시장 접근성이 1단계에서 편입 조건인 2단계로 격상했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25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연기금을 비롯한 초우량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지수다. 추종 자금은 2조5000만 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한국의 비중은 이달 기준 2.22%로 약 560억 달러(75조2000억원) 규모이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11월 자금이 유입된다.
이는 금리 인하와 외환시장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WGBI 편입으로 500~600억 달러의 국채자금이 유입되면 0.2~0.6% 수준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우리 국채를 사실상 선진국 수준에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온 것이 지수 편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 금리 인하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안정됨에 따라 정부·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안정화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를 문제로 지적하면서, 한국 증시의 분류에 대해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SE 러셀의 다음 정례 시장 분류는 정부가 공매도 재개를 예고한 내년 3월 이후인 내년 4월 8일로 예정됐다. 금융위원회는 불법 거래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고, 한국거래소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예고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