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랠리’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특히 해외주식,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 개미’가 많이 늘어났고,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6.21%, 8.83% 급락하며 2500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돌파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만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한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보관금은 지난 13일 기준 1017억4694만 달러(약 142조5718억원)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뜨거웠다. 17일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 규모는 22조원대를 넘겼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은 트럼프 당선 효과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테슬라(185억5000만달러)였다. 엔비디아(135억3천만달러), 애플(44억5천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환율 급등에 환차익까지 더해지면서 평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애플(48%), 테슬라(43%), 아마존(34%), 구글(35%), 마이크로소프트(30%) 등 미국의 대표 기술주로 불리는 ‘M7(매그니피센트 7)’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 모두 3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현재 금리 인하 시점과 맞물린 시기라 글로벌 증시를 비롯해 국내증시도 단기 등락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인 방산, 에너지, 조선, 기계, 금융 업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의 시장 주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이익 개선 기여도가 높고 이익 모멘텀이 강한 조선, 기계 업종과 대표적인 성장주이면서 장기 소외주인 2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가 코스피 반등을 주도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코스피는 탄력적인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으로 향한다. 지난 1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경제는 우리가 서둘러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초기 단계에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시장에는 막대한 실망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