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끝났나…비트코인, 9만2000달러 붕괴

지난 8일 미국 인플레이션 재촉발 우려로 미국 국채금리가 폭등하면서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1억4300만원대를 보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9만2000달러대 밑으로 떨어졌다. 

 

10일 오전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전 5시 기준 9만12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오전 7시 30분 9만2000달러대로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12월 기록한 최고치(10만8315달러)보다 약 15% 떨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10만달러대에서 9만달러대로 떨어졌다.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의 랠리와 대비된다. 지난해 11월 5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 기대감 속에서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인 10만8268 달러(지난달 17일 기준)까지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는 20일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효과’가 소진되고 있다. 최근 미국 거시 경제 지표 호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이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특히 뉴욕 증시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국가장례식으로 휴장한 가운데, 12월 고용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비트코인은 더욱 하락하고 있다. 고용 시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연준 위원들도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가까워졌다며 신중한 통화완화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시장은 올해 Fed의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30%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ETF에서도 뭉칫돈이 대거 빠졌다. 앞서 지난 8일 뉴욕증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만8300만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하루 순유출 규모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거시 경제 변수와 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가상자산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임명하면서 디지털 자산 규제 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스위스 투자은행 롬바르 오디에(Lombard Odier)의 마이클 스트로베크는 “금리 인하와 친암호화폐 정책이 결합되면 비트코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현재 조정이 장기적 상승세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으며, 향후 시장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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