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펫 동반 전문 여행사 펫츠고 이태규 대표 “올해는 중국 댕댕이도 한류에 푹”

이태규 대표가 설립한 펫츠고트래블은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로, 2017년 11월 첫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500차례 반려동물 동반 패키지 여행을 진행했다. 최근 경기 화성시의 펫츠고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행지는 계속해서 늘고 체험행사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자주 반려견 ‘루루’를 데리고 사전답사를 다니면서 더 많은 여행상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강아지대통령은 아니어도 강아지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펫츠고트래블(이하 펫츠고)’은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다. 최근 경기 화성시의 펫츠고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규 대표는 지난 7년여간 1만2000마리 이상의 강아지(고양이 2마리)와 전국을 누빈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또 최근 펫 동반 여행 시장의 팽창과 늘어난 펫 프렌들리 환경에 펫츠고의 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자부심 깃든 농담을 건네는 그의 뒤로 ‘진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여한 표창장이 빛나고 있었다. 2023년 ‘제50회 관광의날 기념식’에서 펫 동반 여행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은 상패다.

 

 펫츠고는 2017년 11월 첫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500차례 반려동물 동반 패키지 여행을 진행했다. 버스, 전철, 기차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크루즈, 비행기를 타고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전국팔도를 돌았다. 사계절의 산과 강, 바다, 섬을 찾아 꽃놀이, 해수욕, 단풍놀이, 눈싸움을 했다. 다양한 식당과 카페, 숙소에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쉬었고, 여러 가지 체험행사로 추억을 쌓았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대관령과 강릉 바다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제주 여행하던 백수, 반려견 덕에 창업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15년 말, 창업을 준비하던 그는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잘 다니던 부동산 관련 회사를 그만둔 채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겠다며 훌쩍 떠나온 곳. 애초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왔지만 어느덧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을 때마다 그해 초부터 함께한 반려견 루루가 떠올랐다. ‘루루에게도 이곳을 보여주고 싶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스타트업을 떠올린 계기였다.

 

 “이듬해 ‘펫과 함께 떠나자’라는 의미로 이름 붙인 펫츠고 앱을 만들고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전국의 숙소와 관광지, 식당과 카페의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모든 업체와 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세부사항을 확인했죠. 그 정보들을 앱으로 공개했고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가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도 많았어요. 어차피 자차가 없으면 반려동물과 함께 떠날 수 없다는 거였죠.”

 

이태규 펫츠고 대표가 사무실에 함께 출근한 반려견 루루를 안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동수단과 식사, 관광지를 묶은 패키지 여행 기획에 나선 이 대표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관광버스 섭외였다. 강아지도 좌석에 같이 앉아야 한다는 조건을 대부분 운송업체와 기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끝없는 거절 끝에 해당 조건이 가능하다는 기사를 만났고 마침내 45인승 버스가 마련됐다. 목적지를 춘천 남이섬으로 정하고 신청자를 받았다. 최대 수용 인원과 반려견 수는 각각 20인과 20마리였지만 단 한 명의 보호자와 강아지만 오더라도 출발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첫 참가 신청이 들어온 순간을 잊지 못한다. 너무 기뻤다. 최종적으로 사람 7명에 강아지 7마리가 모였는데 우리 부모님과 루루 포함이었다. 가이드는 직접 맡았다. 친구들도 함께해줘서 팀당 한 명씩 가이드가 붙었다”며 “여행을 마치고 고객들에게 만족도를 물었는데 다들 재참석 의사를 보였다. 자신감을 얻고 약 2개월 뒤 강릉으로 1월1일 일출 여행을 기획했는데 전석 매진이 됐다”고 돌아봤다.

 

 ◆코로나 악재… 기적처럼 ‘하늘’이 열렸다

 

 일출 여행 당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회사의 성장을 빌었다는 이 대표의 기원대로 펫츠고는 이후 이용객들이 몰리며 2019년부터 흑자를 냈다. 이제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했다. 집합금지 등 규제 속에서 소규모 투어, 현장 집결 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애를 써봤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이 대표는 “그래도 국내 유일 펫 동반 전문 여행사가 이렇게 문을 닫으면 향후 10년간 관련 산업이 멈춘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하늘’이 열렸다. 2021년 3월 저가 소형항공사 ‘하이에어’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반려견 전세기를 띄운 것. 김포공항을 출발해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고 돌아오는 무착륙 관광 상품으로, 강아지가 화물칸이 아닌 반려인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추억을 쌓았다. 반려견과의 동석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댕댕이 전세기를 계기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펫츠고는 이듬해부터 다시 흑자로 전환했다. 그리고 최근 2년 연속 2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펫츠고 여행에 참여한 고객들이 댕댕버스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그 사이 파트너사 개념의 펫츠고 부산지사도 문을 열었다. 수도권 지사가 서울과 경기∙인천, 대전 출발 상품과 제주 여행상품을 담당하고 부산지사에서 부산∙울산 출발 상품을 커버한다. 제주 여행상품은 전세기를 타고 입도해 2박 3일을 즐길 수 있는데 이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 제주에서 3개월을 지낸 경험이 코스에 녹아있다.

 

 1인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프리랜서 펫가이더 포함 130여 명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기관과 지자체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관광공사 및 한국철도공사와 손잡고 반려견 전용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댕댕트레인을 운영 중이다. 댕댕크루즈도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울산∙태안∙순천∙포천 같은 지자체들과도 협력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문화관광재단에서도 수시로 연락이 온다.

 

 ◆“댕댕이들이 만족하는 여행… 후발주자 대환영!”

 

 펫츠고는 단골이 많다. 덕분에 이름을 기억하는 강아지도 많은 이 대표가 단골들이 보낸 영상에 감동을 받곤 한다. 그는 “산책하던 강아지가 주차된 관광버스를 보더니 마구 달려가 그 버스를 타려고 하더라. 관광버스를 타면 좋은 곳으로 간다는 걸 아는 것”이라며 “혹자는 반려견 동반 여행이 보호자의 자기만족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 영상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비슷한 영상을 종종 받는데 그때마다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행으로 행복한 반려동물을 보면 힘이 솟는다는 이 대표는 앞으로도 새로운 여행지를 계속 물색해 반려동물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그는 “비행기, 기차, 크루즈, 전철, 버스, 카누, 레일바이크, 나룻배, 케이블카까지 탈 수 있는 것은 다 태워본 것 같다. 이제 로켓만 남았다”고 웃으며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행지는 계속해서 늘고 체험행사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자주 루루를 데리고 사전답사를 다니면서 더 많은 여행상품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펫츠고 전용버스인 댕댕버스의 외관. 박재림 기자.

 

 “해외 고객 유치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일본 반려가족들의 한국여행을 가이드했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죠. 최근에는 중국 출장도 가서 현지 펫 동반여행사와 논의를 했어요. 중국의 강아지들도 한국여행을 와서 한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올해 중으로 성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시장에서 사실상 외롭게 독주 중인 펫츠고는 후발주자들의 합류를 고대한다. 이 대표는 “여전히 초기 시장이고 팽창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함께 업계를 성장시킬 러닝메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몇몇 업체가 생겼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연락이 오면 도움을 드릴 것이다. 펫츠고 부산지사도 그렇게 합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펫가이더는 여행 가이드이자 안전요원이자 사진사

 

 펫츠고 여행 상품은 10~20팀에 1~2명꼴로 펫가이더가 붙는다. 반려동물을 돌본 경험이 있거나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만 펫가이더로 선발한다. 단순 가이드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안전요원으로서 역할이 막중하다. 리드줄 없이 다니는 ‘오프리시(Off-leash)’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 위주로 동선을 짜는 것도 펫가이더의 역할이다. 펫츠고의 수장이자 펫가이더인 이 대표는 “지금껏 수많은 여행을 하면서 안전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반려인들의 펫티켓이 워낙 발전한 것도 있지만 펫가이더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임무는 사진 촬영이다. 함께 여행지를 가더라도 반려동물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보호자를 위해 펫가이더가 나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긴다. 최근 사진 퀄리티를 위해서 스냅사진 작가가 동반하는 여행 상품도 생겼지만 기본적으로는 펫가이더가 ‘움직이는 인생네컷’이 되어준다.

 

 이 대표는 “단골손님이 한동안 뜸하다가 연락이 와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을 알리며 ‘함께 찍은 사진은 펫츠고 여행 때뿐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하고 애도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그럴 때마다 펫가이더로서 책임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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