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확산하는 이커머스 ‘주 7일 배송’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 7일 배송에 가세하는 이커머스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택배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모습. CJ대한통운 제공

 쿠팡이 2014년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쿠팡은 상품 직배송을 위한 자체 물류센터를 건설하며 새벽·당일배송으로 영향력을 확장했고, 마침내 국내 이커머스 1위에 등극했다.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멤버십을 개편하는 등 쿠팡을 추격하는데 급급했던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제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시스템으로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쿠팡도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며 전국 ‘쿠세권(쿠팡+세권)’ 만들기에 매진할 전망이다.

 

 3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산출한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별 연간 신용카드 결제추정액을 보면 쿠팡이 35조3726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G마켓(4조9599억원), 11번가(4조1268억원), SSG닷컴(3조2570억원), 컬리(1조6841억원), 옥션(1조3922억원), 알리익스프레스(1조3517억원) 등 6개사 합산 결제추정액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쿠팡이 알리·테무 등 C커머스(중국계 커머스)의 공습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은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에 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론칭 이후 10년간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 인프라를 건설했다. 이 기간 동안 일각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우려했지만 2023년 마침내 쿠팡이 첫 연간흑자(6174억원)를 달성하며 ‘계획된 적자’였음을 입증했다.

 

 쿠팡은 물류 시장에서도 파란을 일으켰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기존 CJ대한통운을 제치고 택배물류 기준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해 대전, 광주, 경북 김천·칠곡·울산 등 전국 9개 지역에 추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1만명 이상을 직고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2027년 230여개 시·군·구에서 5000만명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쿠팡 김천첨단물류센터 조감도. 쿠팡 제공

 이에 맞서 이커머스·물류 시장에서는 ‘반(反) 쿠팡’ 연대가 본격화 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업체인 G마켓이 CJ대한통운과의 물류 협업을 통해 지난달 5일부터 도착보장 서비스인 ‘스타배송’에 일요일 배송을 도입했다. 이번 물류 협업은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지난해 6월 체결한 사업제휴 합의를 바탕으로 하며, 스타배송 서비스의 배송은 CJ대한통운이 전담한다. 컬리도 CJ대한통운의 주 7일 서비스 확대로 ‘하루배송’을 매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자체 물류망을 통해 주 7일 운영하는 샛별배송(새벽배송)과 주 6일 운영하는 하루배송(익일배송)을 운영해왔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올해 첫 일요일인 지난달 5일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연간 70일가량은 택배를 받을 수 없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물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없이 CJ대한통운을 통해 주 7일 배송이 가능해진 이커머스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체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홈쇼핑과 식품업계를 비롯해 상당수의 고객사가 주 7일 배송 도입을 계획하거나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타사를 견제하려는 목적보다는 신속한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았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무조건적으로 물류 인프라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확용해 소비자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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