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신입보다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20대 청년들의 취업 문이 더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선호가 더욱 높아졌다. 경력직의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17년 30.9%까지 상승했고 2021년에는 3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채용 방식도 정기 공채보다 경력직 채용에 적합한 수시 채용으로 변경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수시 채용 비중은 48.3%에 이른다.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자(월 기준 2.7%)의 절반 수준인 1.4%까지 낮아졌다. 이는 20대 청년층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시장에 이제 진입한 20대의 경우 비경력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는 17%포인트로 이 중 7%포인트는 경력직 채용 확대의 영향이다.
비경력직 수요 감소로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사회초년생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이 평균 2년 줄어든다. 이 영향으로 생애 총소득도 13% 하락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회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경력직 채용 확대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줄였다. 평생 소득을 연 5%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도 13.4%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직 채용 증가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제약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때라 청년 고용률이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의 직업관과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학교, 기업, 정부 등이 산학협력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훈련 제도를 통해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년층 채용 시 발생하는 교육・훈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금 격차, 안정성 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면서 청년들이 대기업・정규직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