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산업계 새 패러다임] 전호겸 “핵심은 번들링…산업계, 상생 통해 수출길 개척도 가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인터뷰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최근 국내 산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구독경제를 이미 10년 전부터 주목한 인물이 있다. 국내 최초 ‘구독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겸 연구교수다. 『구독경제(소유의 종말)』 저자이자 다수 매체의 칼럼니스트, KBS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의 고정 패널이기도 한 그를 최근 세계비즈앤포츠월드가 만나 구독경제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한국에 구독경제 열풍이 불고 있다.

▲쿠팡·네이버 멤버십이 자리를 잡고 삼성·LG가 전자기기 구독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사실 구독경제는 훨씬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신문과 우유를 받고, 휴대전화 요금제 가입으로 대표되는 통신서비스 이용이 대표적이었다. 다만 그때는 ‘구독경제’라는 용어가 없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 골드만삭스가 애플에 구독서비스를 공개 제안한 것을 보고 처음 관심을 가졌다. 5년 독학을 바탕으로 2021년 국내 최초의 전문서적을 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향후 구독경제의 범위는 예상할 수 없는 곳까지 넓어질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웠던 자동차·가전·의료 분야에서의 구독 서비스가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구독경제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구독’이라는 단어의 의미 확장과 궤를 같이 한다. ‘신문, 잡지 등을 받아서 본다’로 출발한 것이 점차 ‘상품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면서 할인·적립 혜택을 받는다’로 뜻이 넓어졌다. 이후 유형의 상품뿐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도 포함되기 시작했다. 구독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S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구독의 시초는 2004년 아마존의 멤버십 ‘아마존프라임’이다. 구독료를 내면 서적 무료배송, 스트리밍 음악, 비디오 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에 소비자들이 몰렸다. 미국 인터넷서점이던 아마존이 현재 시가총액 4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요인이 바로 구독서비스다. 아마존프라임은 전 세계구독멤버십의 롤모델이 됐고 쿠팡 와우멤버십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독경제만의 특성이 있는 것 같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선불’이다. 기업 입장에서야 미리 돈을 받는 것이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을 받기도 전에 대금을 치러야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신뢰도와 연결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여야 미리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실제 현재 국내에서 구독서비스를 원활하게 진행 중인 회사 및 브랜드는 대기업이거나 렌털 및 정기배송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또 다른 특성은 ‘중도 해지’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상품을 구매했다면 업체의 명백한 실수가 아닌 이상 환불이 어려웠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유입에 올인했다. 하지만 구독경제는 고객 유입만큼이나 유지가 중요하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50%는 사용 후 6개월이 지나면 서비스 해지를 고려한다는 조사결과를 기업 입장에서는 허투루 넘길 수 없다.

 

-기업은 무엇으로 구독자를 붙잡나.

▲결국에는 '가치'다.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통신비 등 고전적 의미의 구독서비스를 제외한 구독서비스는 3개 정도다. 소비자의 ‘환승’을 막으려면 기업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가치를 계속해서 부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은 ‘번들링(묶음판매)’이다. 다양한 업체와의 오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번들링 가치를 높인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구독을 유지한다. 국내 유통 대기업 일부가 앞서 구독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너무 자사 상품들로만 번들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독경제의 가치를 어떻게 보나.

▲상생이 가능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구독경제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닌데다 오늘날 워낙 공기처럼 일상에 퍼져있어 그 중요성이 충분히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다. 국가와 대기업에서 더 관심을 가진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시를 들자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아이디어 넘치는 유무형의 상품을 대기업 구독서비스에 함께 번들링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든든한 유통창구가 생기는 셈이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참신한 신규 상품으로 고객의 구독을 유지할 수 있다. 내수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자연히 수출길도 열린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해외에서 주목하는 ‘K-구독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개인이 가입한 구독서비스는 대략 4개 안팎이지만, 5~10년 안에 인당 2개 이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서비스의 세분화 역시 심화될 것이다. 개인 스마트폰과 차량의 각종 기능이 구독을 통해서만 활성화되는 식이다. 아울러 각 서비스의 구독료 총합이 집 월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 중에서는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회사가 구독서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되리라 전망한다. 개인적으로도 인공지능(AI) 시대와 구독경제를 주제로 한 도서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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